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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제19대 미래캠퍼스부총장 취임사 2020.02.11

미래캠퍼스 가족 여러분께,


평안하시지요? 세계, 국가, 캠퍼스가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걱정도 많고, 대책으로 바쁘기도 합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거의 취소되고 있습니다. 부총장 취임식도 총장 취임식과 마찬가지고 보직교수님들만 모시고 간소하게 예배로 대체했습니다. 미래캠퍼스 가족 여러분 모두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마땅하나, 여건을 고려해서 취임인사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취임인사,

연세 백 년의 씨앗이 원주에 떨어진지 42년이 되었습니다. 미래캠퍼스 역사의 대전환기에서 부총장직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연세의 출발이 알렌과 언더우드와 같은 선교사에 의해 시작되고 의료사업을 거쳐 교육 사업으로 발전됐던 행로는 머레이, 쥬디와 같은 선교사로 시작되고 의과대학을 거쳐 보건,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교육으로 이어진 미래캠퍼스의 발전경로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연세를 세우신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미래캠퍼스는 의료교육으로 시작해서 인간의 건강유지, 회복, 촉진을 다루는 보건과학과 의공학을 교육하고 연구해왔습니다. 건강이 인종, 이념, 성별, 연령,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라는 점에서 이러한 학문특성화는 연세설립정신에 합치하는 것입니다.


20세기와 21세기 경제사회문화의 토대는 과학·기술입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경제사회문화 각 부문에서 국경이라는 장벽을 허물어서 국가 간의 상호의존성을 증대시키고 지구를 하나의 단위로 생각하는 세계관을 형성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AI, 사물인터넷, 로봇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은 급기야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문명사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도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미래캠퍼스가 대전환을 이루려는 시점에서 이런 변화를 반영해서 학문특성화도 새롭게 정립해야 합니다. 첫째, 1세대 특성화 학문인 보건과학과 의공학에 AI, SW, 빅데이터 분야의 학문을 접목해서 이 분야의 연구와 교육에서 선구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SW 중심대학사업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둘째, 환경, 화학, 생명과학, 물리학은 어느 제2캠퍼스에도 없지만 미래캠퍼스에만 있는 병원과 의과대학의 자원을 활용하고 협업과 융합을 통해 친환경에너지 개발, 친환경 천연치료물질개발, 친환경에너지, 신건강식품개발과 같은 첨단 분야로 연구와 교육 특성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특성화는 인류의 건강증진에 직,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1세대 특성화학문과 함께 연세설립정신에 합치하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화를 유인하기 위해서 혁신파크사업을 포함해서 정부 프로젝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인문ㆍ사회전공은 학문 그 자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공존적 번영과 발전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 또한 연세설립정신과 합치하는 것입니다. 인문사회학문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겠습니다.  


학문특성화는 교수 개개인의 연구와 교육에 대한 가치관과 실천적 노력의 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연구와 교육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첫째, 연구는 설계하는 단계부터 가치 지향적이어야 합니다. 우리 캠퍼스처럼 소규모 대학은 모든 연구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월성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 하나의 연구를 하더라도 이 연구가 인류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공적가치가 높은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 연구가 엄청난 연구비를 요구하고,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류사회의 당면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도전정신을 가지고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연구의 성과는 미래캠퍼스의 위상을 드높일 것입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최고수준의 교수를 모시는데 재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대부분의 교수들께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연구지원 정책도 개편할 것입니다. 때마침 신촌에서 곧 발족되는 연구위원회에서 연세 구성원 모두에게 개방된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고 합니다. 이 제도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교육은 한 학생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강의는 교수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전달일 뿐만 아니라 한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단입니다. 그래서 좋은 강의는 학생이 졸업할 때 4년 동안 교육의 결과로 어떤 역량을 가지게 되었다고 분명하게 자각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강의계획과 강의평가에서 이런 교육목표가 명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개편하겠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육목표가 효율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학문특성화의 성공을 결정짓는 필요조건은 재정과 효율적인 행정지원입니다. 우리캠퍼스의 모든 구성원들이 재정문제에 걱정이 많으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재정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저를 포함한 본부의 몫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재정안정화를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 교수와 교직원들께서는 더 이상 재정문제를 걱정마시고, 이 문제로 위축도 되지 마시고, 교육, 연구, 행정에 전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행정은 단순히 교육과 연구에 수반되는 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교수와 연구의 협업과정이기도 합니다. 현재 행정의 문제를 양적으로 푸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직무 전문화, 시스템 개선, 보람을 느끼는 문화 등의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효율성 향상을 통해 얻어지는 성과는 처우개선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행정개혁과 처우개선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해서 교육과 연구에 참여하는 교수와 교직원 모두 협업 상대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부총장직을 갑자기 맡으며 많은 분들의 축하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축하 메시지 앞에 대부분의 경우에 ‘어려운 때에’라는 말씀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렵다는 말은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습니다. 미래캠퍼스도 이제는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창공을 휘저으며 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앞으로 4년은 명예는 없으며, 단지 희생과 헌신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겸손하게 하나님만 의지하면서 나아가겠습니다. 우리 캠퍼스가 비상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져야할 헌신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헌신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출발선으로 달려갈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으로 제 다짐을 대신합니다.


“내 영혼이 조용히 하나님만 기다리는 것은 내 구원이 그분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분만이 내 반석이시며, 그 분만이 내 산성이시니 내가 결코 흔들리지 않으리라” 시편 (62편 1-2절)

                                                


2020년 2월 11일

제 19대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부총장 권명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