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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Impact Makers] 제3세계 의료 소외 지역을 섬기는 ‘연세로운 의사 생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8-16

제3세계 의료 소외 지역을 섬기는 ‘연세로운 의사 생활’

김동연(원주의학 92), 안미홍(의학 93) 부부 의사



의학 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된 현대 사회에서 생사를 결정짓는 것은 거주하는 지역의 의료 환경이다. 인도의 동북쪽에 있는 국가, 방글라데시의 의료 환경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김동연(원주의학 92), 안미홍(의학93) 부부 의사는 의료 환경이 척박한 방글라데시에서 10년 넘게 의료 선교 활동을 하며, 소외 지역의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7월 JW성천상을 함께 수상했다. 



선교의 꿈을 키운 둥지, 연세 의과대학

김동연, 안미홍 동문은 우리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만나 함께 꿈을 키웠다.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두 사람에게 연세는 세상을 섬기는 탁월하고 선한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혼자 이비인후과에 방문한 저에게 늘 100원을 쥐여 주시던 의사 선생님을 보고 ‘나도 저런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중학생 때 기독교인이 됐고, 의사라는 직업으로 선교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우리 대학교에 와서는 선교의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게 큰 복이었죠.” (김동연)


“늘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교회에 아프리카 선교사님이 오셔서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적절한 치료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해 주셨죠. 그때 의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세대학교가 최초로 서양 의학을 받아들인 기관이자, 많은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세워진 학교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오고 싶었어요.” (안미홍)




KOICA 의료 봉사단으로 처음 만난 방글라데시

교내 한국누가회(Christian Medical Fellowship) 모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의료 선교에 대한 꿈을 공유하며 사랑을 키웠고, 안미홍 동문이 졸업한 1999년 결혼했다. 이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수련받으며 의사로서의 소양을 기른 부부는 2003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방글라데시 파견 의사 공고가 났을 때, 주저 없이 지원했다. 먼저 방글라데시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의대 선배의 모습을 보고 결심한 여정이었다.


“KOICA 의사 1호로 방글라데시에 가셨던 의대 선배의 경험을 한국누가회 모임에서 듣게 됐어요. 타 문화 경험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주저 없이 떠났죠.” (김동연)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2년간 봉사했던 한국-방글라데시 친선 병원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김동연 동문은 처음에는 가난한 현지인 환자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안미홍 동문에게도 방글라데시의 가난은 낯설고 어려웠다.


“주로 결핵 환자들을 진료하고 무료로 약을 공급했어요.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약을 제때 챙겨 먹지 않았죠. 젊고 욕심 많은 의사로서 그들이 답답해 화도 내고 야단도 쳤어요.” (김동연)


“차 타고 이동할 때 잠깐이라도 멈추면 구걸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못 하겠다’ 싶었죠.” (안미홍)


처음에는 약속된 기한이 끝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료 봉사가 끝나 가던 시점에, 그들은 방글라데시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경험하게 됐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했다.


“현지 아이들을 진료해 주러 데이케어센터에 갔던 어느 날, 그 아이들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참 귀한 아이들인데 내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크게 느꼈어요. 또 KOICA 활동을 하면서는 기관에서 제공한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었는데, 선교사님들을 보니 저희와 달리 현지인들과 같은 집에서 사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산다면 이 사람들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안미홍)


“돌아보니 제 마음 깊은 곳에 ‘나는 발전된 나라에서 온 의사이고, 이들은 결핵 약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의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KOICA 활동이 끝나고 귀국 보고를 시작하는데, 제 진료실에서 기다리는 환자들을 찍은 사진을 보고 눈물이 나서 발표를 차마 못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순간, 방글라데시에 다시 가서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동연) 

 



다시 방글라데시로, 의료 소외 계층을 섬기며 보낸 11년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와서 김동연 동문은 심장내과 수련을 받고, 안미홍 동문은 대한항공 항공보건팀에서 일하며 두 번째 여정을 준비했다. 그리고 2년 만인 2007년, 방글라데시로 다시 돌아가서는 150병상 규모에 4개과(외과, 소아과, 내과, 산부인과)를 갖춘 LAMB 병원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86년 공식 허가를 받은 LAMB 병원은 약 40여 년 동안 지속된 방글라데시의 보건 사업인 LAMB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소외 계층이 다수인 북서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수도인 다카보다도 더욱 열악한 환경이었다.


김동연 동문은 특히 병원이 없는 시골이어서 의료 행위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중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자원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는 몇 번이나 창의적인 방법을 떠올려 내며 많은 환자를 살려 냈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호흡 곤란 환자들을 살리려면 커다란 산소 탱크가 필요했지만, 정부에서 나눠 주는 산소통 20여 개가 전부였어요. 그조차도 공급이 불안정했죠. 그래서 기도 삽관 후, 보호자들에게 공기주머니로 직접 산소를 넣어주는 방법을 교육해서 교대로 환자를 맡겼습니다. 콜레라로 인해 신부전이 온 환자들의 경우, 투석 기계가 없어 직접 만든 복막 투석액으로 투석을 진행했어요. 치료법에 대해 병원 내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우리가 치료해 주지 않으면 이 환자는 기회가 없구나’ 싶어 ‘뭐든지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소생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기쁨과 위로를 느꼈습니다.” (김동연)


한편, 주로 여성 환자들을 담당했던 안미홍 동문은 방글라데시 사회에서 여성들이 놓인 취약한 환경을 목격하고 행동에 나섰다.


“무지함과 가난, 종교적 전통이 중첩되면서 힘없는 여성들이 가장 피해를 보는 현실을 목격했어요. 자살 시도를 해서 오는 어린 여성들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가정 폭력과 성폭력에 노출된 상태였죠. 여성이 정조를 지키지 못하면 집안의 명예가 더럽혀진다고 여기는 쉐임 컬처(shame culture)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받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다가 LAMB 프로젝트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취약 계층을 돕는 팀(‘vulnerable team’)을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LAMB 병원의 모자 보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펀드를 받기 위해 KOICA 측과 병원을 연결하는 일을 했어요.” (안미홍)


취약한 지역의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LAMB 프로젝트에 긴 시간 헌신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 두 동문은 JW성천상 수상 소감에서 모든 공을 LAMB 병원 구성원들에게 돌렸다. 

 



나누는 삶으로부터 더 큰 행복을 얻기를 

5년 전 한국에 들어온 두 동문은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시 의료 선교를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안락한 한국을 떠나 계속 척박한 의료 선교의 현장으로 떠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두 사람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보다 20여 년간 부부이자 의사 동료로서 서로를 향해 축적한 신뢰였다.


“어느 날 밤 심장마비 환자가 왔는데 당직이었던 아내가 심폐 소생술과 전기 충격기, 혈전 용해제를 써서 치료를 너무 잘한 거예요. 다음날 회진을 돌 때 심장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완전히 정상이 된 걸 보고 놀랐죠. 한국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은 일이거든요. 자랑스러웠어요.” (김동연)


“남편은 치료할 때 손 기술도 좋지만, 매일 회진을 돌면서 환자들 손을 꼭 잡고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요. 환자를 정말 생각하는 의사의 모습이 보일 때 가장 멋있습니다.” (안미홍)



개인적인 만족을 넘어, 더 크고 높은 행복을 지향하며 나누는 삶을 살아온 김동연, 안미홍 동문. 안정적인 삶과 부의 축적을 유일한 성공으로 간주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두 사람의 족적은 전혀 다른 행복의 기준을 제시한다. 비슷한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그들은 연세와 방글라데시에서 보낸 시간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나누며 선교의 삶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제게 ‘방글라데시 시골에서 어떻게 살았느냐’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한국에서 답답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방글라데시에서 오히려 더 큰 세상을 만났고,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생이 끝나더라도 남을 만한 의미 있는 일에 가치를 두고 일한다면 행복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어쩌면 절대적인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후배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안미홍)


“대학 시절 채플 시간에 감동받았던 설교가 있어요. 예수와 같이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길을 따르면 바보 같고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큰 기쁨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씀이었죠. 저는 한번 그 길에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동연)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의료 선교사들을 다방면으로 지원 중인 연세 의료선교센터의 활동이 격려가 됐다며, 앞으로도 의료 선교 활성화를 위한 우리 대학교의 노력이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학생 시절에는 몰랐지만 졸업 후 우리 대학교가 기독교 기관으로서 위로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방글라데시 있는 동안 연세 의료선교센터에서 저희를 후원해 주시고 함께 기도해 주셨죠. 재학 당시 만났던 교수님들과 친구들이 지금까지도 연세대학교를 기독교 정신으로 이끌어 가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계속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이어졌으면 해요.” (김동연, 안미홍)

 

vol.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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