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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Impact Makers] 함께 사는 사회, 지속 가능한 지구에 투자합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7-20

함께 사는 사회, 지속 가능한 지구에 투자합니다.

국내 최초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경영학 04)



카셰어링 서비스로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청정 수자원 공급이 가능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캡처6’,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텃밭 농사를 하며 그 수확물로 친환경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동구밭’. 이들 기업은 비즈니스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소셜 벤처로, 이러한 소셜 벤처에 투자하는 곳이 임팩트(혁신) 투자사이다. 소풍벤처스는 국내 최초의 임팩트 투자사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소셜 벤처만을 대상으로 액셀러레이팅(창업 지식이나 노하우 등 멘토링 프로그램 제공)을 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 재학 시절 소셜 벤처를 창업한 경험이 있는 한상엽 대표가 8년째 소풍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최근 국내외 기업의 화두는 ‘ESG’이다. 기업 리더들은 ESG 경영을 선언하고 ESG 조직을 정비하며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ESG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딴 용어로 단순히 돈 잘 버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며,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개념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업의 목적과 내용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 비즈니스를 활용해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고자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곳이 임팩트 투자사이다.



국내 최초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 

소풍벤처스는 2008년 국내 최초의 임팩트 투자사로 문을 연 이래 유엔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기준에 의거해 라이프스타일, 교육과 기회, 지속 가능한 환경의 세 가지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오고 있다. 2023년 6월 현재 총 운용자산 410억 원, 누적 포트폴리오 수 130여 개, 기업 생존율 85%의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한상엽 대표는 운용자산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이 남다르다. 


“투자 일을 8년 했는데 해마다 환경이 다릅니다. 다양한 변수가 시시각각 발생하니 변화의 흐름을 잘 읽는 것은 쉽지 않죠. 또 저희는 자본 중개사잖아요. 역할이 간접적이죠. 자본 시장에서 저희가 운용하는 410억 원은 전체 투자 규모로 보면 작지만 그 역할은 커요. 저희 회사에서 연평균 30건 정도 투자하는데 이는 국내 전체 벤처 캐피털을 통틀어 상위 10위 안에 들어요. 다양한 소셜 벤처들이 발돋움을 하고 여러 혁신을 시작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큰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투자 환경의 파고를 헤치며 성장해 온 저력은 함께하는 동료들이라고 한다. 네 명의 경영진을 포함한 16명의 소풍벤처스 벤처 파트너들은 창업가, 기관장 등의 경력자들로 탁월한 전문성과 열정으로 우리 사회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감동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후 변화 분야 투자에 주력하는 이유 

소풍벤처스는 여러 사회적 가치 중에서 ‘기후 변화’ 분야에 주력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130여 개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40~50개가 기후 변화를 포괄하고 있다. 한 대표는 기후 변화를 넘어서 기후 위기로 떠오르고 있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그만큼 임팩트가 있다는 것이고, 임팩트가 크면 재무적 수익도 크게 따라온다는 이른바 ‘하이 임팩트(큰 혁신), 하이 리턴(높은 수익)’의 철학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저감, 감축하는 것과 동시에 변화한 기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적응의 측면에서 진행되는 이슈들이 있어요. 예컨대 장마와 가뭄이 극심한 양상을 보이는 등 기상 이변의 현실 속에서 농작물 등의 재배 서식지가 바뀌니까 종자 개발 단계부터 바뀐 환경에 강한 종자를 만들어야 해요. 더불어 비료라든가 여러 재배 조건이 바뀔 수밖에 없는 거죠.”


소풍벤처스는 변화한 기후에 대해 ‘적응’이라는 화두를 풀어 가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탄소 저감 기술 등 온실가스를 줄이는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 13건의 엑시트(투자 후 자금회수)를 했으며, 2020~2021년에 투자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의 성과가 이제 확인되고 있어 매각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소풍벤처스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 프로그램과 기후 기술 관련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을 발전시켜 경쟁력을 강화해 갈 것임을 밝혔다.  


 


캠퍼스의 청년 창업가, 이윤 너머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다

서른아홉, 대표로는 비교적 젊은 나이이지만 한상엽 대표는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5년부터 약 20여 년 동안 소셜 벤처 사업가로서의 경력을 쌓아 왔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의 싹이 튼 때를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2005년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때였어요. 사업을 하려고 경영학과에 갔고 뜻한 대로 2005년 초부터 학생 창업을 했어요. 웹툰 소싱을 하는 일종의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했죠. 당시 연세대 학생창업지원센터(현 창업지원단)에서 사무실, 지원금 등을 받아 창업했습니다. 일을 하다가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어요. 돈이 벌리는데 기쁘지 않았어요. 이 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거죠. 돈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걸 절감했어요. 고민하고 있을 때 공동 창업자였던 친구가 비즈니스를 수단으로 활용해서 재무적 가치 이상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런 기업도 있다고 알려 줬어요. 바로 사회적 기업이었죠. 그렇게 관심이 생겨서 2006년도에 ‘넥스터스’라고 하는 임의 단체를 만들어서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 임팩트 투자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게 이어져서 오늘의 제가 된 거예요.”  


당시 대학에서는 이제 막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의가 시작됐으며 사회적 기업이라든가 임팩트 투자는 개념조차 생소했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사업을 한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기특하게 여기며 격려해 줬고, 그중 한 사람이 전 쏘카 대표 이재웅 동문이었다.




사회적 임팩트 창출의 기회를 준 연세 동문들

2007년, 이재웅 동문은 임팩트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임팩트 투자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국내에 사회적 기업 관련 법이 생긴 것도 2007년이었다. 


“누구도 선뜻 도전하지 않는 사업 분야에서 20대 청년이 ‘사회적 기업을 해야 한다, 임팩트 투자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기회를 줘 볼까 하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ROTC로 군대도 다녀오고 직장 생활도 하다가 2012년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는데 이재웅 동문께서 투자해 주셨습니다.”


2012년 한상엽 대표는 ‘사람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아카이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위즈돔’을 창업했다. 당시 소풍벤처스 대표였던 이재웅 동문이 많은 조언과 투자를 해 줬고 그것을 밑거름 삼아 플랫폼은 4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며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2015년, 한 대표는 이재웅 동문으로부터 소풍벤처스 대표 자리를 제안받았다. 한 회사를 잘 키우는 것도 의미 있지만 다양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해 보지 않겠느냐는 말은 그를 움직였고 2016년 소풍벤처스의 대표가 됐다. 


“소풍벤처스는 이재웅 동문께서 설립한 홀딩스 컴퍼니에서 2019년에 독립했어요. 현재 이재웅 동문은 저희 회사의 출자자로 계세요. 독립 전까진 자기 자본 투자를 하다가 2020년부터는 출자자를 모으고 펀드를 만들기 시작했죠. 외롭고 힘들고 배고팠던 3년여의 시간이 지나서 이제는 자리를 잡았죠. 1년에 100~150억 원 정도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기후펀드 출자자 중에 연세대 동문들이 상당수 계세요. 게임소프트 개발업체인 크래프톤 창업자 김강석 대표님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시고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님은 전기전자공학과 출신이죠. 연세대학교에서도 저희에게 출자해 주셨는데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사유와 토론의 요람이었던 ‘인생 동아리’, JSC

한상엽 대표는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연세가 자아내는 자유주의 학풍이 좋아서 우리 대학교를 선택한 그는 학내 아카데미즘의 진흥을 선도해 온 학술 동아리 ‘JSC(Junior Scholar Club)’에서 뜨겁게 사유하고 토론하며 성장했다.  


“JSC는 동문이신 제이에스앤에프 김정수 회장님(경영학 69)과 박상용 명예교수님께서 의기투합해서 만든 동아리입니다. 두 분은 지금도 제 롤모델이죠. 저희 때 JSC는 책을 사 주는 동아리로 유명했어요. 책을 읽고 서평과 발제문을 제출한 뒤 10명 정도 모여서 매주 세미나를 하는데 교수님 한두 분이 꼭 참석하셨어요. 제 기준에 굉장히 수준 높은 토론이 이뤄졌어요.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줬죠. 지금도 몹시 바쁜 날일지라도 단 한 장일지언정 책을 읽습니다. 사유에 왕도는 없죠. 축적된 지식과 사유는 제 일에 필수적입니다. 당시 매주 치열하게 토론하며 밤새 설전을 벌인 게 신선한 경험이었고 많이 배웠어요. 거기서 평생 친구 5~6명을 만났습니다. 지금도 사업하면서 그 친구들의 도움을 무척 많이 받고 있어요.”


JSC 세미나는 이제 막 20대가 된 청년 한상엽 대표의 일상에 사유의 시간을 만들어 줬다. 청송대와 언더우드관 주변 산책로를 걸으며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의 무게도 명징하게 가슴에 새겼다. 모든 것의 시작인 나, 우주의 중심인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인생의 여정과 자유에 대한 기대는 청년의 산책길을 풍요로운 사유의 길로 만들었다. 


그야말로 가루가 되도록 깨지고 성숙해지는 경험을 한 곳도 JSC였다. ‘나는 사업을 하고 싶은데 경영대에선 관리자를 키우는 것 같다’는 그의 말에 당시 동아리 지도교수가 문과대학, 사회과학대학 강의를 들어 보라고 조언해 줘 철학과, 사회학과, 정치외교학과 등의 강의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듣게 된 사회학과 강의에서 조한혜정 교수로부터 “너는 듣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20대 청년에게는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말이었어요. 입 좀 다물고 있으라는 얘기잖아요. 일주일은 기분이 나빴던 것 같았는데 점차 받아들이게 되면서 왜 그런 말을 하셨을까 생각했죠. 그리고 3개월간 말을 엄청 줄였는데 잘 들으니까 비로소 새로운 게 보이더라고요.”


나의 생각에 몰두해 많은 말을 쏟아 내기보다 경청을 하기 시작하니 나무만 보던 시야에 숲이 들어왔다. 대화의 주제는 물론이고 참가한 친구들이 간과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 등 생각의 키가 성장했음을 느꼈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할 때의 행복을 발견했다고 한다.     




일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

“사회적 기업가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가를 존경해요. 우리 사회에 존경받아야 할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 기업가를 최고로 봅니다. 누가 등 떠밀지도 않았는데 굳이 어려움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사람들, 그들은 미래를 앞당겨 현실로 만드는 혁신가입니다. 일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이 투자 담당자들이 일하는 가장 큰 동기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적으로 시장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지금, 한 대표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최근에 자본 시장이 얼어붙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면 가장 큰 어려움은 불확실성입니다. 확실한 것은 리스크가 아니죠. 투자사에서 일한 지난 8년의 시간 중 지금이 가장 불확실성이 큰 시기라서 가장 어렵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매년이 위기였습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몇 년을 결정짓겠죠. 저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저는 인류 역사의 진보를 믿어요. 기후 위기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해결해 낼 것이라는 입장이에요.” 


한 대표는 소셜 벤처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돕는 소풍벤처스의 ‘소풍(Sopoong)’에 중의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사회적으로 연결된 그룹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철학에서 나온 ‘네트워크 그룹의 사회적 힘(Social Power of Networked Group)’의 약자와, 사회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뜻의 ‘사회적 바람(Social Breeze)’이다. 그는 사회에 가치의 소풍, 곧 작은 바람이 아니라 중풍, 대풍을 불러일으키는 게 자신의 일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학교 2학년 청년 벤처 창업가로부터 시작해 한결같이 걸어온 임팩트 투자자의 길. 앞으로 20년 뒤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묻자, 그는 변함없이 이 길을 걸으며 사회적 기업들을 돕고 있을 것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vol.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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