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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구 프론티어] 이창열 교수팀, 섭입 해양판 자화 감소 원인 새롭게 설명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7-06

이창열 교수팀, 섭입 해양판 자화 감소 원인 새롭게 설명

압력 증가가 섭입 해양판의 잔류자화세기 감소 원인임을 학계 최초로 제시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게재


[사진. (왼쪽부터) 한동우 석사, 강원대 박용희 교수, 이창열 교수]


이과대학 지구시스템과학과 이창열 교수 연구팀이 압력 증가가 섭입 해양판의 잔류자화세기 감소 원인임을 컴퓨터 수치모델링으로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7월 4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암석에 포함된 다양한 광물 중 자석의 성질을 띠는 자성광물은 생성 당시 지구자기장의 방향을 잔류자화(remanent magnetization)의 형태로 저장하므로, 대륙의 이동과 과거 기후 변화를 밝히는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됐다. 특히, 잔류자화가 발생시키는 자기신호(magnetic signal/magnetic anomaly)는 지질과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인 해저확장설을 도출해 판구조론을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광물자원 개발 및 달과 화성 등 외계 천체 탐사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기존 잔류자화 연구들은 자기신호를 측정 및 분석해 동일본 섭입대에서 태평양판이 침강함에 따라 해양지각 내 자성광물의 잔류자화세기가 감소함을 보고했으며, 이는 섭입 해양지각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자성광물이 큐리온도(Curie temperature)에 도달해 잔류자화를 상실하는 열소자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연 동일본 섭입대에서 침강하는 차가운 해양지각 온도가 열소자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상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림 1. 동일본 섭입대와 이 지역의 해양지각 내 자성광물들의 잔류자화세기 감소를 나타낸 그림. a) 음영으로 표시된 연구지역. 점선은 섭입 해양판의 표면 깊이를 2km 간격으로 나타낸 것이며 일본 방향으로 갈수록 깊어진다. 적색 별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진앙이다. b) 기존 연구에서 측정된 자기신호를 분석해 얻은 해양지각 내 자성광물들의 잔류자화세기 변화. 섭입하는(해구를 기준으로 육지 방향) 해양지각에서의 잔류자화세기가 약 40% 추가 감소한다. c) 연구지역의 단면 구조. 발췌 및 수정: Han et al. (2023)]



이를 규명하기 위해 한동우 석사(제1저자)와 이창열 교수(교신저자)는 강원대 박용희 교수(공동저자)와 함께 동일본 섭입대에서 측정되는 잔류자화세기 감소를 설명하기 위한 고해상도 컴퓨터 수치모델링을 수행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발전해 암석 내 공극을 따라 흐르는 열수의 거동을 섭입 전후의 해양지각에서 모두 고려했다.


연구 결과, 섭입대 해양지각의 온도가 주요 자성광물의 잔류자화 상실을 발생시키기 위한 큐리온도(300~400℃)에 도달하지 못함을 보였다. 이는 해양지각 내 자성광물이 열소자에 의해 잔류자화를 상실한다는 기존의 설명을 반박한 것으로, 대신 압력 증가에 의한 자성광물의 상전이(phase transition)와 압력 유래 소자(pressure-driven demagnetization)가 해양지각의 잔류자화세기 감소의 원인임을 학계 최초로 제시했다. 또한, 본 연구는 섭입대 지열 분포와 해양지각과 상부지각 경계에서의 마찰계수를 사실적으로 설명해 섭입대 지진 발생 기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를 통해 전 세계 다수의 섭입대에서 관찰된 잔류자화세기 감소의 원인이 섭입 해양지각의 온도 상승에 의한 열소자가 아닌 압력 증가에 의한 상전이 및 압력 유래 소자임을 예상할 수 있었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림 2. 컴퓨터 수치모델링으로 계산한 동일본에 섭입하는 태평양판의 온도 분포를 해양지각 내 주요 자성광물과 함께 나타낸 그림. 섭입 후 해양지각 내 자성광물들의 잔류자화세기 감소가 일어나는 영역(노란색 상자로 표시된 영역)에서 해양지각의 온도(40~120℃)는 주요 자성광물의 큐리온도인 300~400℃보다 훨씬 낮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제시됐던 온도 증가에 의한 잔류자화세기 감소(열소자)가 불가능함을 보여 준다. 이 연구에서는 압력에 의한 자성광물의 상전이(맥히마이트→적철석)와 압력 유래 소자가 잔류자화세기의 감소를 설명한다. 발췌 및 수정: Han et al. (2023)]


제1저자로 참여한 한동우 석사는 “온도 증가가 잔류자화 상실의 원인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쁘며, 후속 연구를 수행해 압력 증가가 섭입대에서의 잔류자화세기 감소를 설명하는 보편적인 원인임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원대 박용희 교수는 “이 연구는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압력 증가에 의한 자성광물의 소자 작용에 대한 연구를 다시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으며, 이창열 교수는 “한동우 석사가 학위 과정 중 기존 연구를 날카롭게 분석, 반박하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신진과학자로서의 잠재성을 잘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한동우 석사는 현재 우리 대학교 산학협력단 석사후 연구원으로, 오는 10월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과정에 진학해 지자기학과 지구동력학을 결합한 융합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한동우 석사는 옥스퍼드대의 유서 깊은 장학제도인 클라렌던 장학생(Clarendon scholarship)으로 선정돼 박사과정 동안 학비 및 생활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한동우, 이창열, 박용희 교수), 우리 대학교(이창열 교수)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논문정보

● 논문제목: Pressure-driven processes explain the decreasing magnetization of the subducting oceanic crust in the Japan Trench

● 논문주소: https://www.nature.com/articles/s43247-023-00903-5


용어설명

● 자성광물(magnetic minerals): 자석과 유사한 물리적 특성을 가지며 잔류자화를 기록할 수 있는 광물이다. 고지자기 연구에 중요한 광물은 티탄자철석, 티탄적철석 계열로 대표되는 철-티탄 산화물이며 이외에 자류철석(철과 황으로 이루어진 광물)으로 대표되는 철황화물, 침철석으로 대표되는 수산화철 등이 있다.

● 잔류자화(remanent magnetization): 외부자기장에 의해 물질에 유도된 자화가 외부자기장을 제거한 후에도 남아있는 것을 의미하며 자연상태에서 지구자기장에 의해 발생한 잔류자화를 자연잔류자화(natural remanent magnetization, NRM)라고 한다. 대표적인 자연잔류자화의 종류로는 자성광물들이 용암으로부터 정출되는 과정에서 온도가 큐리온도(Curie temperature) 아래로 떨어졌을 때 획득하는 열잔류자화(thermoremanent magnetization, TRM), 자성광물들이 퇴적 당시 지구자기장 방향으로 배열되며 획득하는 퇴적잔류자화(detritial remanent magnettization, DRM) 등이 있다.

● 큐리온도(Curie temperature): 물질이 자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 온도로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자화를 상실한다. 자성광물마다 그 값이 다르며 대표적인 자성광물의 큐리온도는 자철석 578°C, 적철석 675°C, 티탄자철석 150~250°C이다.

● 열소자(thermal demagnetization): 온도가 상승하면서 자성광물의 온도가 큐리온도에 도달해 잔류자화를 상실하는 현상이다.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자화를 상실하게 되며 큐리온도에 도달하게 되면 자화를 완전히 상실한다.

● 자기신호(magnetic signal/magnetic anomaly): 특정 지역의 전체 지구자기장은 지역의 지구고유자기장과 자성물체에 의한 유도자기장을 합친 것으로 나타난다. 지구자기장의 크기를 측정한 뒤 지구고유자기장의 크기를 뺀 자성물체만에 의해 발생한 유도자기장 성분을 자기신호(자기이상)라고 한다. 자기신호 분석을 통해 자성을 띤 물질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다.

● 해저확장설(sea-floor spreading theory): 위로 상승하는 맨틀에 의해 상승한 해양지각이 대양저 산맥을 형성하고, 그 산맥의 골짜기의 양쪽에 분출된 용암이 부착 응고해 새로운 해양지각을 형성하면서 중앙해령으로부터 양방향으로 이동함으로써 해양지각이 확장한다는 가설이다. 해저면에 대한 자기신호 측정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로 활용됐다. 해양지각 내 자성광물에는 반복적으로 바뀌는 지구자기장의 방향이 잔류자화의 형태로 기록된다. 이들이 발생시키는 자기신호 측정을 통해 중앙해령을 기준으로 잔류자화의 방향이 대칭적으로 분포함을 알게 됐으며 이는 중앙해령으로부터 해양지각이 대칭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지시한다.

● 섭입대(subduction zone): 해양판(oceanic plate)이 해구(trench)에서 다른 판(plate) 아래 맨틀로 침강하는 작용으로 주로 해양판이 냉각되면서 증가한 밀도에 의해 발생한다. 일본 섭입대, 미국/캐나다 서부의 캐스캐디아(Cascadia) 섭입대, 칠레 섭입대 등이 있으며 강력한 지진 및 화산 활동이 자주 발생한다.

● 일본 섭입대: 남서 일본(southwest Japan)에서는 필리핀판이 북쪽 방향으로 일본 남서 지방 아래로 침강하고 있으며 동일본(northeast Japan)에서는 태평양판이 서쪽 방향으로 일본 동북 지방 아래로 침강하고 있다(그림 1). 

● 상전이(phase transition):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액체상의 물이 기체상의 수증기로 변하는 증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전이 현상이며, 이 연구에서는 광물 맥히마이트가 적철석으로 바뀌는 상전이 현상이 중요하다.

● 열수(hydrothermal fluid): 지열에 의해 가열된 뜨거운 물 등의 유체를 지시한다. 해양지각에서 열수는 암석과의 반응을 통해 다양한 물질을 용해시켜 운반하며, 이는 이후 압력 및 온도 감소에 따라 침전되어 유용한 광물자원이 포함된 암석 덩어리인 광상을 형성하기도 한다.

● 컴퓨터 모델링: 컴퓨터와 수치해석을 이용해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본 연구에서는 상용소프트웨어인 콤솔 멀티피직스(COMSOL Multiphysics®)가 사용됐다.

 

vol.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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