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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Impact Makers] 일상 속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꿉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6-22

일상 속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꿉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김의욱 센터장(사회학 85)



최근 자원봉사는 기후 위기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집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전원 코드 빼기’,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인사 나누기’ 같은 일도 환경과 사회를 위한 일종의 자원봉사다. 새로운 시대 자원봉사의 개념은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지,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김의욱 센터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원봉사의 세 가지 형태

자원봉사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전국 246개의 자원봉사센터를 아우르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중심 기관이다. 올 초 센터장에 취임한 김의욱 동문은 한국 YMCA 전국연맹 정책기획국 부장, 창원 YMCA 사무총장 등을 거쳐 2020년부터 3년간 서울시자원봉사센터장을 지냈다. 


“저희는 자원봉사를 정부 정책으로 활성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관련된 의제들을 시민 사회와 공유하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안내자 같은 역할이죠. 예전에 자원봉사가 선한 동기나 종교적인 차원에서 누군가를 돕는 이타적 행위를 의미했다면, 요즘은 그 범주가 무척 넓어졌어요.”


그는 자원봉사 형태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한 ‘도리로서의 자원봉사’,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된 ‘의(意)리로서의 자원봉사’,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참여하는 ‘실리로서의 자원봉사’다. 


도리로서의 자원봉사는 소속감에서 나온다. 문제는 이 소속감이 점점 약화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3년을 겪으며 공동체 의식은 더욱 얕아졌다. 자원봉사 참여율도 그만큼 줄었다. 


한자로 ‘뜻 의(意)’ 자를 쓰는 의리로서의 자원봉사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특히 코로나 이후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대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제이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그가 20대 젊은이였던 1980년대 주요 과업이 민주화였다면, 지금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환경이다. 


한편 실리로서의 자원봉사는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요소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쉽지 않은 시대, 관계 맺기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자원봉사이기 때문이다. 그가 대학 교육에서 자원봉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대학에서 배운, 사회학적인 사고와 균형감이 큰 자산      

사회학과 85학번인 그는 민주화 항쟁이 치열한 시기에 입학해 격동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사회를 치유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 사회학과에 입학했다고 할 정도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입학 다음 날 곧바로 탈춤 동아리에 가입했다. 당시 탈춤 동아리는 학생 운동의 중심이었다. 


“저는 사회학과에 들어간 게, 제 인생에서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 대학교 사회학과는 학풍이 아주 자유로웠어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논쟁도 하고, 세계적인 흐름도 빠르게 받아들인 편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사회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생각의 균형점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사회학적인 상상, 사회학적인 도구를 가지고 내 삶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학교에서 했고, 그게 지금도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때 배운 걸로 지금도 먹고사는 셈이죠(웃음).”




미래형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한 사회 경험  

그런 점에서 대학에서의 4년은 그에게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인생의 축소판 같은 캠퍼스에서 신입생과 선배의 역할을 두루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여기에 봉사 활동이 더해져 그 경험의 폭을 넓혔다.   


그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밝힌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 4C를 예로 들며, 대학의 사회적 의무로서 ‘봉사의 체계화’를 강조했다. 4C란 Communication(의사소통), Collaboration(협업), Creativity(창의성),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고, 소통하며, 사회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대학입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는 배우기 어렵고, 온전히 경험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대학생에게 봉사란 곧 세상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 야학을 하면서 소통 역량을 키웠어요. 대학 문턱에도 못 가 본 노동자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능력이었죠. 어떤 문제를 앞에 두고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것도 결국은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학이 미래 인재를 키우려면 4년 동안 학생들에게 압축적인 사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역량을 갖추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 역량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야학 교사에서 YMCA, 서울시자원봉사센터로 이어진 여정 

그는 대학 시절 야학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대학교 3학년 때, 교회와 성당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생활 야학을 열었다. 검정고시 준비 과정이 아닌, 함께 책을 읽고 글도 쓰는 교양 강좌 위주였다. 대학교 졸업 이후, 한동안 야학을 운영했다. 

    

그 사이 세월이 흘러 1990년대 시민운동의 의제는 인권, 환경, 소비자 운동 등으로 변화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되면서 민주화 운동 대신 생활 속 문제들이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그도 그런 변화를 받아들여서 YMCA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시민운동의 중심에서 십여 년간 일하며 그가 배운 건 일반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었다. 


이후 서울시자원봉사센터로 자리를 옮겨 사무국장, 센터장으로 8년을 근무하면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랜 현장 경험 덕분이었다. 특히 그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장 재직 시절 만든 ‘서울시민대학 자원봉사대학원’ 과정은 봉사자의 경험과 지혜를 지식으로 전환한 혁신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민대학 자원봉사대학원 과정 신설

“자원봉사를 수십 년 동안 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가 하나 있어요. 내 경험을 절대화하는 것이죠. 그 때문에 자원봉사 현장에서 경험 많은 분들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내 방식만 맞는다고 고집하면, 세대가 다른 봉사자를 포함해 타인과의 협력에서 갈등과 어려움이 생깁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 자원봉사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의 경험을 보편적 지식으로 바꿔 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서울시민대학 자원봉사대학원을 만들게 됐습니다. 오랜 자원봉사 경험을 지식으로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고, 봉사자들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되도록 했어요. 1년 동안 200시간의 수업을 들어야 하고 졸업 과제도 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인데, 올 3월에 1기생 31명이 졸업해 명예 석사를 받았어요. 현재 2기가 같은 과정을 밟고 있고요. 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입니다”


졸업생들은 ‘자원봉사 활동이 노년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연구’, ‘청소년 봉사 활동의 문제점 분석 및 그에 따른 활성화 방안’, ‘일상 속에 스며드는 자원봉사’ 등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자신의 자원봉사 여정을 에세이로 출간한 사람도 있다.  



‘부캐(릭터)’가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는 각별한 고마움을 느낀다. 지역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을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해 준 셈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봉사와 더불어 인생을 잘 사는 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인생의 전환기를 맞습니다. 그 시기에 역할 바꾸기를 잘해야 해요.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맞는 새로운 재능, 즉 요즘 유행하는 말로 ‘부캐(릭터)’가 많으면 그게 진짜 부자예요.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정된 역할을 반복하다가 그 역할이 끝나면 사회적으로 단절됩니다. 나머지는 상실의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심리사회학자 에릭슨은 ‘생의 발달 단계마다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했어요. 청소년기, 대학 시절, 중·장년기, 그때마다 그 시기에 맞는 캐릭터를 꺼내 써야 합니다. 대학 시절의 저를 보면, 사회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고, 그에 맞는 활동을 한 것 같아요.”


부캐 만들기는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더욱 중요하다. 자기 인생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무대를 만들고, 그에 맞는 역할을 찾는 일은 평생 해야 할 과제다. ‘은퇴 후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기도 하다. 


“미국에 갔을 때 만난 인디언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그곳에서는 폐경이 된 여성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하해 준다고 해요. 자녀를 키우던 한 가정의 어머니에서, 마을의 어머니가 됐다는 의미로요. 이렇게 자기 역할을 계속 찾는다면,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됩니다. 노인은 노인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지역 사회라는 열린 무대에서, 내 안의 어떤 욕구를, 또는 어떤 재능을 꺼내서 쓸지 고민한다면, 그게 곧 자원봉사입니다. 자원봉사란 선한 행동만을 통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자기의 부캐를 꺼내서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봉사를 주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내 캐릭터를 실현시키는 행위인 것이죠.”



잠깐이지만 의미 있는 시간 투자 ‘크라우드 액션’  

자원봉사의 개념이 이처럼 넓어졌지만, 그럼에도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가 제안하는 것은 ‘크라우드 액션’이다.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처럼, 혼자서는 하기 힘든 실천을 공동체가 돼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가령 ‘전기 코드 뽑기 100일 작전’, ‘지구를 위한 채식 50일’ 등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로 사람들을 모으고,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매일매일 미션 성공 인증 사진을 올린다. 여러 명이 함께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 서로 독려하고, 칭찬하며 친밀감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에 새로 하려는 행사가 네이버와 함께하는 ‘나무 심기’입니다. 요즘 산불 사고가 많았잖아요. 웨일(Whale)이라는 브라우저에 들어가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나무가 자랍니다. 그렇게 온라인에서 키우다 어느 정도 자라면 실제 나무를 기부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일들을 통해서 잠깐이지만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일상에서 매일 하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합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 증가 

2017년에는 ‘안녕 캠페인’도 만들었다. 자원봉사를 통해 도달하고 싶은 사회적 과제를 찾아보기 위한 시도로, ‘안부 묻기’, ‘안전한 세상’, ‘안심하는 사회’를 키워드로 뽑았다. 그중 일상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안부 묻기’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낯선 사람을 가장 가깝게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로 엘리베이터를 선택했다. 


서양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냥 어색하다. 이런 문화를 바꾸기 위해 가장 많이 누르는 버튼인 숫자 ‘1’ 옆에 ‘안녕하세요’라는 말풍선 스티커를 붙였다.     


하지만 코로나로 캠페인은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방역 지침의 하나로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서로 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정서적인 거리를 만들어 고립감을 높였고, 사람이 많은 곳을 꺼리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관계를 만드는 활동이 어색해진 것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예전에는 환경 문제가 환경 운동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이후 이것이 직접적으로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나의 문제’로 인식하게 됐어요. 특히 20대들에게 그런 각성이 크게 일어나, 코로나 기간에도 환경과 관련한 자원봉사 참여율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어요. 이것이 중요한 변화입니다.”



잠자는 ‘휴면 봉사자들’을 깨우는 것이 목표 

현재 자원봉사 포털에 등록된 봉사자는 1,500만 명이다. 하지만 실제 봉사자는 이 중 20%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청소년기에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봉사 활동을 마친 후 활동을 접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목표는 누구나 쉽게 마음먹고 참여할 수 있는 봉사 환경 조성이다. 자원봉사를 통해 은퇴자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청년들은 커리어를 쌓고, 전업주부들은 다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용기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응축한 ‘새로운 캐릭터’로, 자원봉사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김의욱 동문. 현장에서 30년 넘는 세월을 보낸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은 한 사람의 거창한 행보가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습관과 꾸준한 실천이라는 점이다. 

 

vol.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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