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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화제의 인물] ‘힘 빼기의 기술’에 담긴 유연한 생각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9-12-16


 ‘힘 빼기의 기술’에 담긴 유연한 생각

 김하나 동문 인터뷰



하나의 길에 국한되지 않고 스스로 길을 내며 걷는 사람이 있다. 일찍이 카피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에세이스트, 기업 강연자는 물론 라디오·팟캐스트 진행자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인 김하나 동문(국어국문학과 95)의 이야기다.



김하나 동문은 제일기획, TBWA KOREA를 거치며 치열한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카피라이터로 인정받아 왔다.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등 내로라하는 히트 광고의 카피를 썼으며, 2006년 아시아태평양광고제 경쟁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인 최초로 영로터스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SK텔레콤, 현대카드, LG ‘엑스캔버스, 메르세데스-벤츠, 아디다스 등 여러 브랜드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카피를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후 BB&TT의 공동 대표를 지내며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등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이어왔다. 2007년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한 그는 현재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진행자로 대중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데뷔작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에서는 농담을 통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길어 올리는 법을, 『15도』에서는 일상의 새로움을 찾아내는 법을 이야기했다. 2019년에 나온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공저)에서는 복닥이며 함께 살아가는 분자식 가족의 면면을 담아냈다. 그중 작가 자신의 유쾌한 일상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집 『힘 빼기의 기술』은 출간 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그의 대표작이다.



힘 빼기의 기술, ‘나의 좌표를 인지하라’ 


2017년에 출간된 『힘 빼기의 기술』은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최근 개정판이 나왔다. 한끝 다르게, 조금은 느슨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책에서 김 동문은 힘을 잘 빼려면 우선 ‘만다꼬’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What이나 How가 아니라 Why라고 해요. ‘왜 이 일을 하는가’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라는 거죠. 이 ‘왜’에 해당하는 게 경상도 사투리로 ‘만다꼬’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부지런히 살면서도 ‘만다꼬’ 그래야 하는지는 잘 묻지 않는 것 같아요. 긴장한 어깨에 힘을 빼려면 계속 ‘왜’라고 질문해야 한다 생각해요.”



원래 이 책은 ‘힘 빼는 기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고 한다. 수록된 칼럼 제목이 그대로 표제가 된 것. 잘 뽑은 제목 덕에 ‘힘 빼기의 기술’은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키워드가 됐다. 나아가 같은 주제로 《세.바.시》에서 강연한 내용이 2020년 중등교과서 ‘말하기 파트’에도 실린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힘 빼기의 기술이 이처럼 크게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김 동문은 “우리 사회가 너무 힘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한때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이 유행했는데, 이것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비교 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몇 가지 한정된 목표를 향해 다 같이 달려가는 구조라서 자기답게 살기 쉽지 않죠. ‘눈치’라는 말도 외국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힘을 좀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사실 ‘주삿바늘 앞에서 초연한 엉덩이’(『힘 빼기의 기술』 중에서)가 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김하나 동문은 부담감이나 두려움 앞에서 유연해지는 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저는 눈앞에 닥친 부담감으로 긴장이 될 때,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의식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나를 비추는 카메라가 계속 뒤로 빠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지구에 사는 수많은 생명과 사람 중에 내 좌표가 얼마나 작겠어요. 그 생각을 하면 오히려 부담을 덜고 더 잘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말하기의 비결은 바로 상대의 매력을 끌어내는 ‘경청’ 


세상에 내놓은 책은 한 척의 배가 되어 더 먼 세계로 출항했다. 『힘 빼기의 기술』을 통해 김 동문은 YES24의 팟캐스트 《책읽아웃》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됐다. 이 팟캐스트에서 《김하나의 측면돌파》 진행을 맡으며 글 쓰는 작가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웠어요. 프리랜서 생활 13년 만에 처음 맡은 고정직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하면 는다’는 말을 믿거든요. 두렵지만 일단 해 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굉장히 좋은 판단이었어요.”



김 동문은 매끄러운 진행 비결의 1순위로 ‘듣기’를 꼽았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있어야 대화에서 심층 질문을 길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심층 질문을 주고받다가 불현듯 상대의 답변에 ‘아, 그렇군요!’하고 진심으로 감탄할 때 방송 진행의 묘미를 느낀다고.


“사실 모르면 궁금한 것도 없어요.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잘하려면 궁금한 게 아주 많아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 카피라이터 경력이 무척 도움이 많이 돼요. 카피라이터는 제품의 장점과 매력을 드러내는 작업을 계속하잖아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게스트라도 한 가지는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고, 저는 오직 저와의 대화에서만 드러낼 수 있는 상대의 장점을 포착해서 부각시키려고 많이 노력해요.”



마인드맵을 지도 삼아 느긋하게 살기


프리랜서로 오래 일해온 김하나 동문은 자신만의 ‘마인드맵’을 생각의 지도 삼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스케줄 관리는 물론 오늘 할 일, 여행 계획, 원고 구상과 강연 준비까지 마인드맵 한 장이면 다 가능하다고. 이 좋은 툴을 공유하고자 꾸준히 ‘마인드맵 워크숍’도 진행해왔다. 하지만 자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단연 충분한 휴식이라고 강조했다.


“피터 드러커가 한 말 중에 ‘생산을 하려면 생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해요. 이 생산성은 충분한 휴식에서 오는 것이거든요. 마치 힘 빼기의 기술과도 같죠. 적절한 생산성과 생산의 비율을 유지하는 게 인생을 잘 사는 비결이 아닐까요?”



오후 햇살이 쫙 들어오는 집에서 고양이들 간식 챙겨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 동문은 좋은 세상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가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권위에 눌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표현하는 Z세대들을 향한 응원과 함께, 연세의 후배들이 우수한 대학교의 학생으로서 뭇사람들보다 조금 더 나은 출발선에 서 있음을 겸허히 인지하며 지내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우리나라가 경쟁 사회라서 점점 더 불안감을 심어주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 너무 추워서 덜덜 떨다가 몸에 힘 탁 빼 보면 가만히 있게 될 때도 있잖아요. 그동안 여러 판단을 내리며 잘 살아온 스스로를 믿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예요. 불안이나 두려움도,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걸 힘을 좀 빼 보시면 알게 되실 거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vol.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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