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리걸테크 시장의 리더, 엘박스 이진 대표(법학 01)
법률 분야를 데이터 기술과 접목한 리걸테크(Legal Tech) 스타트업으로 단 5년 만에 시장을 장악하고, 국내 리걸테크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엘박스(LBOX) 이진 동문. 그는 로펌 M&A 변호사 출신이지만 법조계 인사이더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창업에 도전해 전체 변호사의 55%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국내 1위의 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AI 기술이라는 새로운 파도에 올라타며 국내 리걸테크 서비스의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그의 인생과 사업에 대한 확신, 남다른 통찰에서 시작된 터닝포인트들이 모여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당연했던 진로, 재학 중 사법고시에 도전
이진 동문은 어린 시절부터 법조인 외 다른 진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법대에 입학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분명하게 진로를 정하고 법학과에 진학해 일찍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원래 법조인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당시 문과에서 법학과를 많이 가기도 했고요. 또 사법고시가 주는 도전 의식 같은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고민의 여지없이 그냥 사법고시의 길로 들어섰던 것 같아요. 1학년 겨울 방학이 끝난 후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갔어요. 1차 시험까지는 학교 생활과 병행했는데 방학 때는 신림동에서 고시 준비를 하고 학기 중에는 수업을 들었죠. 2학년 때 처음 시험을 봤는데 할 만하더라고요. 열심히 준비해서 재학 중 합격할 수 있었죠.”
아무리 명문대 학생이라도 ‘소년 급제’라 불릴 만큼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은 어려운 것이었다. 게다가 입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대학 초년부터 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가고 싶은 길에 대한 뚜렷한 목표 의식과 의지, 실행력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반전의 답을 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뒀던 것 같아요. 운도 따랐고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워낙 단조로운 생활에 강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결심을 하면 일부러 단조롭게 만들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를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것이 사실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일이잖아요. 장기적으로 집중하기 위해서죠.”
그렇다고 그의 대학 생활이 그저 공부만으로, 지루하거나 낭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틈틈이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학 시절을 즐겼다.
“영 낭만 없는 대학 생활을 보낸 것은 아니에요. 고시 공부를 하며 학업을 병행했기 때문에 학교 도서관에도 자주 다녔고 또 평소 랩을 좋아해서 1학년 때는 흑인 음악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어요.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에는 바로 사법연수원에 입소하지 않고 교환 학생도 다녀왔어요. 당시 김정오 교수님께서 추천서를 써 주셔서 워싱턴 칼리지(WCL, Washington College of Law)로 한 학기 교환 학생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죠. 학부생이 로스쿨에 간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거든요. 다른 합격자들이 사법연수원 선행 학습을 하는 것과 달리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그가 사법연수원 입소를 미루고 교환 학생을 가게 된 데는 은사님들의 영향이 컸다. 당시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실무 경험이 있는 교수진이 많아지던 시기였는데, 특히 그가 늘 감사히 여기는 남형두 교수의 조언에 큰 영향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가서 판사가 되는 전형적인 코스는 삶이 좀 지루할 수 있다는 애정 어린 조언이었다. 덕분에 그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느꼈다.
정형화된 길보다 역동적인 도전의 길로
교환학생을 마친 이진 동문은 예정대로 사법연수원에 입소했다.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의 기관으로 사실 법관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 실제로 사법연수원에서 배우는 교과목의 70~80%는 민사, 형사 판결이기도 했다.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민법일 정도로 그 자신 역시 판사의 꿈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은 연수원을 수료한 이후 군 판사 시절이었다.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하다 보면 일분일초를 다투어 공부하면서 법관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겪어요. 그러다 보면 그것이 가장 가치가 있다는, 일종의 착각에 빠지게 되잖아요. 정말 내게 고유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여유가 없어요. 저 역시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그러다 3년 동안 군대에 있었는데 군판사와 동시에 항공우주작전반에서 항공우주법에 대한 연구도 하고 콘퍼런스 등을 주관하는 일을 했어요. 그때 로펌 김앤장의 변호사분들과 교류하게 됐고 특히 항공우주법 연구반을 거친 분들이 김앤장에 많이 가셨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들, 생생한 변호사들의 필드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을 바꿨어요. 변호사가 더 매력 있게 느껴졌죠.”
특히나 그는 일의 다양성과 고정되지 않은 역동성에 끌렸다. 법원까지 가서 분쟁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의 역할로 중요한 일이 합의되거나 성사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일이라 느꼈던 것이다.
“더욱 다양한 일들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조언이 와 닿았어요. 또 자본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고 그 흐름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분야가 기업 M&A 변호사라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었어요. 김앤장에 입사 후 M&A 변호사로 경력을 쌓으며 기업들 간 회사를 사고파는 일과 관련된 역할을 했어요. 갈등이나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 일들은 대부분 판사들은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죠.”
많은 변호사들이 선망하는 김앤장에서 그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M&A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트레이닝 받아야 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때의 경험은 이진 동문이 M&A 전문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총체적인 안목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렇게 잘나가는 로펌의 변호사로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그는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입사 5년 반 만에 MBA 과정으로 유학길에 나섰다. M&A를 전문 분야로 했기 때문에 변호사로서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MBA 과정에 진학하고자 했을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미 그의 마음엔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MBA를 결심한 것은 이미 그전부터 창업에 대한 의지가 있어서예요. 원래 회사의 지원으로 로스쿨 유학의 기회가 있었어요. 그 시기에 창업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어요. 로스쿨로 유학까지 갔다 온다는 것은 법률 분야를 더 깊게 파는 것인데, 당연히 배워온 것을 활용할 시간이 있어야 하잖아요. 또 마치고 돌아오면 마흔 중반의 나이죠. 그때 과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을까 고민한 후 결심했죠. 퇴사를 한 후 미국에 가서 창업을 하겠다고요. 하지만 미국에서 창업하기엔 기초가 없었어요. 제가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요. 법이라는 분야만 훈련을 받고 살아왔잖아요. 법을 제외한 것들이 만만치 않았어요. 그래서 나름 현실적으로 모색한 것이 버클리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는 것이었죠.”
녹록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는 많은 것을 투자해야 했다. 미국 서부의 비싼 생활비와 학비 등 회사의 지원으로 로스쿨에 갔더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됐을 것들을 2년 동안 체감해야 했다.
법률 시장을 다시 보고 새롭게 정의한 엘박스의 성공
그런 현실의 벽 앞에서 그는 포기하기보다는 기회를 잡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길을 선택했다. 미국에서부터 창업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정하고 귀국하기 전에 이미 리걸테크 스타트업 엘박스 법인을 만들었다. 놀라운 것은 그사이 한국을 오가며 시드 투자도 확보해 놓은 것. 말 그대로 귀국하자마자 엘박스를 론칭하며 엔진을 달았다. 법조인 출신이기에 당연히 창업 아이템도 법률로 방향을 정했을 것 같지만 사실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좀 새로운 걸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게다가 제가 경험했던 법조인의 삶은 기술, 데이터 기반으로 생산성을 혁신하는 분야와는 거리가 꽤 멀었죠. 그런데 똑같은 것도 관점에 따라서 좀 달리 보이는 때가 있잖아요. 법조계 인사이더의 시각으로 법을 바라봤을 때는 우리는 그냥 10년 전에 하던 방식대로 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창업가의 절박한 상황에 놓여 법을 다시 바라보니 매우 달라 보였어요. 그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니, 하늘 아래 새로운 소송이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궁금증이 들었어요. 당시 무슨 사업을 하든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점은 확고했었고, 리걸테크 사업이 명확하게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방향이 확 바뀌었죠.”
그가 창업한 엘박스는 국내 최대의 판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판례 검색 서비스에 집중하며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혁신을 이끌었다. 100% 전문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며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했고, 다수의 이용자가 판례 데이터를 공유하고 엘박스가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도 확립했다. 끊임없이 이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단기간의 성장이 가능했다.
“투자 유치를 해 보면 무엇을 하는지보다 ‘왜’ 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설렁탕을 파는 가게 한 곳은 손님이 식사 후 만 원을 내고 나가고, 다른 한 곳은 식사 후 나갈 때 주인이 손님에게 만 원을 준다고 하면 ‘설렁탕을 파는 일’은 똑같아 보여도 첫 번째 가게는 요식업체일 테고 두 번째 가게는 아마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는 곳일 거예요. 마찬가지예요. 저희보다 먼저 시작한 판결문 검색 서비스도 꽤 있었지만 저는 리걸테크의 본질을 데이터 비즈니스라고 봤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판결문이었죠. 또 그 생태계 중심에는 ‘주연’으로서 변호사님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판례 검색 서비스는 누가 더 많은 수의 변호사들과 데이터 교류 및 파트너십을 구축하는지가 차별화된 경쟁력이라 생각했죠. 전제되어야 할 것은 저희가 먼저 고객에게 가치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전략은 창업 1년 만에 가장 많은 판례 데이터를 가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기존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고 투자할 만한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은 혁신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혁신의 비결은 심플했다. 이진 동문이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 시장에 서비스를 내놓았다고 해도 시장에 대한 통찰, 서비스의 존재 이유, 제안하고자 하는 고객 가치에 대한 끈질긴 고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여전히 그는 이런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량적으로 분석을 해봤어요. 1년에 판결문이 약 150만 개씩 나오는데 10년이면 1,500만 개예요. 처음 시장을 독점하던 업체에서 제공하는 판결문 수는 누적 30만 개에 불과했죠. 그래서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판결문 100만 개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했죠. 그런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 시장 구도를 바꿀 수 있고, 변호사들이 거부할 수 없는 가치 제안이라 확신했어요.”
그의 확신은 맞았다. 론칭 초기 엘박스는 법조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엘박스가 보유한 판결문은 약 330만 개. 우리나라 전체 변호사의 55% 이상, 특히 갓 합격한 초년생 변호사들에 대한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굴지의 로펌을 비롯해 경찰청과 같은 다수의 관공서에서도 이용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창업 5년 차의 스타트업이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판례 검색 서비스의 성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견
엘박스 성장의 기반이 됐던 판결문 검색 서비스는 시장을 제패했다고 볼 만큼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진 동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데이터와 서비스,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더욱 다양한 서비스들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판결문 검색 서비스 생태계 내 수많은 정보와 통찰, 시장 환경의 변화 속 이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고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행 사건을 기반으로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엘파인드(L Find)’ 서비스다.
“수행 사건을 기반으로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엘 파인드 서비스가 있어요. 이 서비스는 의뢰인의 입장에 선 서비스예요. 일반적으로 변호사를 찾는 타 서비스를 보면 대부분 광고를 낸 변호사들의 정보로 넘쳐나요.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인 셈이죠. 하지만 의뢰인 입장에서는 내 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건을 수행해 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를 찾고 싶고, 실제로 그 일들을 했는지 정량적으로 검증할 수 있기를 원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기존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토대로 엘파인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판결문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 변호사들이 많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변호사와 판결문을 매칭시키면 새로운 서비스가 되는 것이잖아요.”
판결문이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그냥 데이터로만 보지 않고 또 다른 주체의 니즈와 맞닿아있는 지점을 찾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량적인 데이터 기반의 매칭이기 때문에 양극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찌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법률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하게 나 정도의 경력이면 되겠지 하는 분들에게는 불편한 일일 수 있어요. 소송 경험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도 생길 수 있죠. 하지만 법률 시장이 더 투명하게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초기 시장에 진입하는 변호사들이에요. 사건을 아직 수임해 보지 않았고, 내 이름으로 된 판례도 없기 때문에 정량적 수치로는 어떤 의뢰인도 올 것 같지 않잖아요. 그 간극을 보완할 수 있게 어떤 서비스로 도와드릴지 고민하고 있어요. 꼭 소송 경험이 없더라도 자신의 전문성이나 열정,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을 엘파인드 플랫폼에서 의뢰인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며 신뢰를 얻을 수도 있겠죠. 이분들이 어떻게 새로운 게임의 룰에서 노력한 만큼 정당한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같이 고민하며 응원해 드리고 싶어요.”
법률과 기술의 결합으로 더 유용하고 전문적인 서비스
엘박스에 또 다른 성장 기회를 줄 것으로 확신하며 힘을 쏟고 있는 서비스도 있다.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AI기술과 쉽게 연결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살려 ‘엘박스 AI’ 서비스를 론칭했다. 법률 전문가를 위한 거대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반 서비스로, 반복되는 키워드 검색 과정 없이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AI 기술과 만나 독보적인 정보분석추출 기술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하나의 판결문에서 사실관계, 주장, 판단까지 추출할 수 있다. 여기에 답변의 출처를 원문으로 확인할 수 있어 답변의 신뢰도도 보장한다. 사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생성형 AI 기술은 판결문 검색 서비스에서 점차 분석, 솔루션 제안까지 필연적으로 연결되며 진화하고 있다.
많은 분야의 서비스에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버블이라는 우려도 크다. 특히 신뢰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법률 정보, 리걸테크 시장에서 AI 기술은 과연 더 큰 성장을 이끌 수 있을까. 더군다나 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다. 리걸테크 분야에서 첨단 솔루션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사람 간 이해관계 속에서의 미묘한 줄다리기와 협의, 그리고 엄격한 판단이 요구되는 법률 분야는 본질이 명확해 보인다. 혹자들은 과연 법과 기술이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이진 동문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술과 접목할 여지가 많다고 확신하며 법이 가지는 본질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법이 갖는 고유한 의의가 있다고 봐요. 법이 사회에서 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거든요. 인간은 관계에 대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인간 사이 관계들 중 내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것들은 결국 법에 소구해야 의견의 불일치가 좁혀지죠. 결국 인간의 사회성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봐요. 그래서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법이 해야 할 역할은 많아질 것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핵심 역할, 한 사회의 사법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 국가의 사법 경쟁력이 그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법률 인공지능의 수준과 동의어가 됐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죠. 그리고 현재 기술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빠른 속도로 열리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불가능하죠. 결국 기술이 풀어야 하는 부분이고, 좁게는 법률 인공지능이 풀어야 하는 부분이에요. 이미 그 시대가 왔고, 엘박스는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충분해 이 거대한 파도를 타고 높이 오를 수 있다고 확신해요.”
이진 동문은 인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있어 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될 법률 분야에 AI 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본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사법주권이다. 법률 분야에 AI 기술 도입이 필연적이라면 법률 AI 주권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면, 결국 다른 나라에서 재판을 받는 것과 다름 없는 일. 때문에 그는 사법 주권의 측면에서도 책임과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오늘의 비관론자, 내일의 낙관론자
이진 동문은 향후에도 AI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매진할 예정이다.
“되돌아보면 단계별로 성장해 온 것 같아요. 똑같은 서비스를 해도 고객군이 계속 변화하면서 확장돼 왔어요. 변호사님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앞으로 더 넓은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변호사, 경찰 같은 직군이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고객군이지만 그밖에도 관세사,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등의 법률 전문가들이 많거든요. 그분들이 만들어 가는 시장의 총합이 변호사 시장보다 크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향후 서비스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진 동문의 비전은 명확하다. ‘지속가능한 현금을 창출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무언가 더 추상적인 목표를 기대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의 비전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실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는 현재 성공한 스타트업 사업가로 주목받기보다는 끊임없이 혁신하는 사업과 조직으로 지속가능하길 바라고 그 미래를 확신한다.
“물론 상장에 대한 꿈도 있지요. 엘박스의 서비스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저는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서는 강한 낙관론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단기적인 미래에 대해서는 강한 비관론을 원칙으로 가지고 있어요. 그 두 가지 모순되는 일을 잘 견디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누군가가 ‘잘 되실거예요.’라고 인사치레를 하면 전 ‘이미 잘 되고 있어요.’라고 해요. 또 어떤 사람이 ‘지금 잘 되셨죠.’ 하면 또 ‘아니에요.’라고 답해요. (웃음) 장기적인 미래를 확신하다 보니 단기적인 과업들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좀 막을 수 있어요. 대신 한 가지 변수가 있죠. 오늘 하루를 얼마나 충실하게 사느냐가 그것인 것 같아요. 내 미래가 오늘 충실한 하루에 달려있죠.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려고 해요.”
가장 충실한 기업가다운 그의 말 속에서 앞으로 걸어갈 길도 분명해 보인다. 그의 현재는 치열한 순간들로, 그의 내일은 도약과 혁신의 성과들로 빛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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