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트렌드 엿보기
최인수 마크로밀 엠브레인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팬데믹은 거의 터널 끝을 빠져나오는 듯하지만 불안함과 답답함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3년 소비자들의 인식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리고 2023년을 관통하는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과연 무엇이 될까? LearnUs는 국내 최대 소비자 패널을 통해 대중의 일상적 이슈를 읽고 트렌드를 예측하는 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함께 기업과 대중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할 2023년 대한민국 트렌드를 미리 확인해 보는 ‘2023 트렌드 엿보기’를 준비했다. 강의를 맡은 최인수 마크로밀 엠브레인 대표를 만나 2023 트렌드 분석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Q. ‘2023 트렌드 엿보기’ 강좌를 준비하게 된 배경, 기획의도를 간략히 말씀해 주세요. 어떤 분들이 이 강좌를 수강하면 도움이 될까요?
매년 연말만 되면 수십 권의 트렌드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또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책이 트렌드 책인데요. 사실 이렇게 단행본으로 트렌드 책이 많이 나오는 시장,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재밌는 현상이죠.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앞으로 미래의 일을 알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근심, 걱정이 유독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혹자는 이 트렌드를 알면 사업적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다, 재테크 성공이 가능하다 등의 말씀을 하십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트렌드 정보를 안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실패를 줄이거나 예방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사업이나 투자는 철저히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거리를 두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투자나 사업을 하다 보면 자기 논리에 빠지거나 자존심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가 발생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트렌드 정보를 알고 있다면 평균점이나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가 있어서 어느 정도 실패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효용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건 트렌드가 ‘타인에 대한 태도’에 대해 말해 주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수단/도구가 될 수 있어서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자기 사업이나 투자를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런어스 강의는 총 8회차로 구성돼 있는데요, 저서 <2023 트렌드모니터>의 내용을 압축해서 강의로 들려주시는 것인지요? 혹시 책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2023 트렌드모니터>는 Social, Culture, Life, Work 이렇게 4개 영역에 2개씩 세부 콘텐츠를 담아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습니다. 런어스 강의 8회가 모두 한 챕터씩의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런어스 8회차 강의를 들으시면 <2023 트렌드모니터> 완전정복이 가능합니다. 한편 런어스 강의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책에 소개된 재미있는 내용이 하나 있는데, 바로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10년째 매년 1만 명 정도의 소비자 감정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1987년 서울대학교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감정 키워드 87개를 30개 정도로 추려 조사를 진행합니다. 결과를 보면, 매년 1위 하는 감정이 ‘근심’, ‘걱정’입니다. 그러다 코로나 1, 2년 차 때에는 ‘답답하다’가 1위를 했는데, 올해 다시 ‘근심’, ‘걱정’이 1위를 했습니다.
<2023 트렌드모니터> 메인 카피를 보면 ‘다시 돌아온 근심, 걱정’이라는 표현을 볼 수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 내용은 별거 없는 내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식의 감정 상태는 ‘그다음 해’ 또는 ‘그해 다가오는 이벤트’에 대한 개인의 태도를 설정해 주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16년도에 탄핵 사건이 있었죠. 그런데 2015년에 갑작스럽게 순위에 없었던 감정이 툭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바로 ‘화난다’였어요. 이렇게 대중소비자들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파악하는 작업은 그다음 해 대중소비자들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Q.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하면서 얻으신 통찰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사실 통찰이라기보다는 트렌드모니터를 집필하는 핵심 가치관이기도 한데요, 바로 트렌드는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예측이나 예언은 아니란 겁니다. 대중들의 일상의 생각, 태도의 흐름을 짚어 보는 것이죠. 애초부터 저희가 가장 큰 반감을 가졌던 워딩이 하나 있었어요. ‘ooo가 뜬다’는 겁니다. 운 좋으면 맞출 수 있고, 운 나쁘면 못 맞추겠죠. 그런데 그런 ‘ooo가 뜬다’는 기사를 잘 보면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체로 그 ‘ooo가 뜨는’ 이유를 대중들의 태도나 니즈가 아니라 업계의 흐름, 기술진화론적 측면, 즉, 기술이 발전하니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태도가 따라올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기억을 더듬어 보면 2012년 타임지가 뽑은 최고의 발명품 26에 선정된 구글 글라스는 2014년 최악의 발명품으로 선정됐습니다.)
대중의 정서와 태도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파악하지 못하면, 정책 변화나 큰 이슈의 변화가 어떤 흐름으로 갈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판단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뇌피셜’이 아니라 이 판단의 근거를 소비자 조사를 통해 분석하고, 팩트에 기반한 데이터를 제시하려 노력하는데, 바로 이 점이 다른 트렌드 책과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하면서 내린 결론이 있는데, 그것은 ‘올해의 결핍이 이듬해의 니즈가 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내적 욕구가 정말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고, 그에 대한 정보를 담으려 노력한 결과물이 <2023 트렌드모니터>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2023 트렌드 전망 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내용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세대론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죠. 20대 남녀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각 세대에서의 주도성이 부각되면서 탈세대 역할론 등이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젠더 갈등의 확산, 리버스 멘토링 등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슈화해야 오히려 편견과 갈등의 거리감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견과 낙인감을 없애고 인식을 전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체를 더 많이 드러내는 것입니다. 실체를 입체적으로 직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편견이나 낙인은 이해와 인정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죠.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오래된 편견을 ‘새로고침’하는 자세가 필요한 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론’ 이슈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5% 타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부분은 취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고물가 시대, 대중소비자들은 돈과 시간의 제한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선택적 집중 태도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과 시간의 효율적 배분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종 모양의 정상분포 곡선 가정 시) 중앙의 평균치 양극단에 있는 이상치(Abnormal value)에 해당하는 비주류의 라이프스타일·취향이 여기저기, 우후죽순, 마구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5% 타깃을 공략하는 전략 및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 가능성 측면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로 ‘재택 근무’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봤던 직장인들의 직장 생활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직장인들, 특히 2030 직장인들은 그동안 전례 없는 투자 열풍으로 파이어(FIRE)족에 대한 니즈와 열망이 컸었죠. 하지만 3고(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시대와 투자시장의 침체로 잠시 동안은 숨 고르기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집중할까요? 이 집중의 영역과 관심사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Q. 가장 먼저 세대론 이슈를 주목하셨는데요, 목표 지향의 ‘20대 남성’과 관계 중심의 ‘20대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20대 남녀는 마치 평행선 같다고 표현하셨습니다. 20대 청년세대의 가치관 차이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청년세대의 가치관 차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젠더 갈등의 심화입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20대 남녀를 중심으로 한 젠더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차이는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20대는 개성이 강하죠. 그러나 지금까지는 아무리 개성이 강한 20대들도 연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결혼해서 독립세대를 구성하고 출산과 양육 등의 시간을 거치면서, 자신의 표현방식과 삶에 대한 태도를 ‘한국 사회의 표준’에 맞춰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제 ‘표준화된 사회적 각본’이 한국 사회에서 작동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결혼은 지속적으로 늦어지고 있고, 현재의 주택 가격은 20대에게 자립을 허용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 있죠. 여기에 더해 20대들의 ‘부모와의 좋은 관계’는 ‘인위적 출가’의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20대들이 출가 후 돌아갈 곳 없이 ‘한국 사회의 정해진 각본’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유예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현재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굳이 수정해야 할 필요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장년이 돼서도 20대 시절에 고착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두 번째 전망은 소통 결핍에 따른 대리만족 콘텐츠의 확산입니다. 흥미롭게도 앞으로 20대 남녀의 연애 과정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더 크게 흥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현재 한국 사회의 20대 남녀 상황에 대한 대단히 역설적인 전망인데요, 현재의 20대 남녀는 결혼은 물론 연애도 과거에 비해 잘 하지 않죠. 하지만 인간은 사회성이라는 본능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성(性)적인 교감을 포함해서 타인과의 교류는 큰 결핍으로 남을 수밖에 없죠. 그리고 소통의 빈도와 강도가 줄어들면 실제 대면 상황에서 타인과의 만남은 수월한 관계로 확장되거나 깊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인간관계는 반복적으로 많은 불협화음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소통 과정의 디테일에 대한 경험을 대리해서 채워야 하는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관계와 소통의 큰 결핍을 실제 연애 과정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채우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을 만드는 과정,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 오해를 푸는 과정, 부드럽게 헤어지는 법 등 인간관계, 특히 연인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과정을 ‘대리하는 프로그램’은 앞으로 상당 기간 흥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번째 전망은 ‘인간적 결함을 드러내는 부모’의 대거 등장입니다. 부모라고 하는 신비적 권위의 대상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요, 청년세대와 부모와의 소통이 좋아졌다는 진단은, 곱씹어 보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자녀의 권한이나 선택권, 자율권 등이 최대한 인정받는다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반복되면, 자녀들은 부모를 일종의 ‘친구나 같은 급’의 대상으로 여기며 대화의 주제도 사적으로 내밀한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녀세대는 부모를 권위 있는 대상이 아닌, 인간적 결함을 드러내는 존재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죠. 실제로 최근 방송되는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부모의 잘못, 예를 들면 부모의 불륜, 도박 등의 매우 사적이고 문제적인 소재를 고발하거나, 부모의 한계를 지적하고, 화해를 청하며, 서로의 삶을 인정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부모를 권위 있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인간적 한계를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콘텐츠는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런 현상이 청년세대가 부모세대를 더욱 이해하고 수평적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지, 윗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경마저 우습게 느끼는 세태를 초래할지, 그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최근 소비 트렌드나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이야기할 때 청년세대, MZ세대 중심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MZ세대가 시대적 주류를 이끄는 세대여서 그럴 수도 있고, 이전 세대에 비해 눈에 띄게 자기 주도성이 강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놀랍게도 자기 주도성이 MZ세대만의 특성이 아니라 각 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특징이라고요? 주목해 볼 만한 세대별 특성은 무엇인지요.
현재 2030세대인 MZ세대의 주도성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2022년에 ‘투자’라는 관점에서 MZ세대의 주체성을 분석한 바 있는데요, MZ세대는 기본적으로 투자도, 투자에 대한 학습도, 자기 삶의 한 부분으로 매우 주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2023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여전히 이들 세대가 경기 침체, 금융시장 불확실성에도 투자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40~50대보다 강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 독특하게도 이들은 투자와는 정반대인 연금저축 가입률도 굉장히 높습니다. 투자에 대해 대단히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들의 파이어(FIRE)족 의향까지 감안하면 투자활동에 MZ세대가 적극적인 이유는 결국 ‘돈이 있어야 독립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때 ‘버려진 세대’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던 40대의 주도성도 눈여겨봐야 할 현상으로 꼽힙니다. 40대는 조직사회에서 아래로는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MZ세대, 위로는 하면 된다 정신으로 무장한 베이비붐 세대에 놓인 ‘끼인 세대’, ‘총알받이 세대’로 평가받던 세대입니다. 뭔가 좀 억울해 보이는 세대이지요. 그러다 보니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X세대’로 불렸던 문화적 주도성을 갖춘 세대였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40대는 사회 각계각층에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의 지위에 포진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주위의 유행이나 대세를 따르지 않는 문화적 주도성을 내재하고 있죠. 40대는 현재 문화적으로 각 세대가 추앙하는 문화를 직접 만들어 내고, 지속적으로 각 세대에게 소환될 문화를 생산하고, 그래서 그 문화를 메가트렌드가 되게끔 확산시키는 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가진 문화적 주도성에 주목해야 할 이유인 것이죠.
50~60대는 어떨까요? 광고업계에서는 이들을 ‘A세대’라고 규정하면서 소비시장의 신 소비층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A란, 나이를 초월한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고 싶어 하는 ‘Ageless’, 자기 주도적 삶을 살고 싶어 하는 ‘Autonomous’, 가치 있는 성취를 이루고 싶어 하는 ‘Accomplished’의 앞 글자 A를 따서 A세대라고 한 것인데요, 5060세대가 표출하는 욕구를 이렇게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로 5060 세대의 소비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50~60대 이상 회원의 매출은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패션업계나 유통업계에선 이미 5060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죠. 통계적으로 보면, 5060세대는 젊은 세대에 비해 시간이 많은 세대입니다. 취미나 여가 활동에 많은 집중을 할 수 있고 이런 활동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60대 이상 시니어층은 지금껏 돌봄의 대상으로 인식돼 왔는데요, 오늘날 시니어 세대는 자식에게 손을 벌리기보다 일의 강도는 줄이되 유연한 일자리를 찾아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전공이나 취미를 살려 적극적으로 제2의 업을 찾거나,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대한민국 시니어의 수준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개인소득은 2008년부터 계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렇게 높아진 소득 덕분에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이면서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죠. 물론 자식들이 점점 부모를 책임지기 어려운 경제적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시니어 세대는 이제 자의든 타의든 ‘주체적 삶’이 인생의 목표가 된 세대가 된 것입니다.
Q.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를 비롯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몇 차례 겪어 왔던 경험이 있지요. 불황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생존 전략을 세우게 되는지 2023년의 전망을 소개해 주세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11월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4명을 대상으로 현 경제 상황을 물었는데요, 무려 52.7%가 현 경제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진단을 했습니다. 어려운 시기, 대중소비자들은 어떤 소비행동을 취하고 있을까요? 대중소비자들이 고민 끝에 선택한 결론은 ‘무지출 챌린지’입니다. 현재의 3고 상황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작은 것부터 아끼고, 소소한 수익이라도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거죠. 소비자들은 외부적인 환경 조건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소한 수익을 얻으려는 ‘짠테크’를 넘어 시간의 티끌까지 모으려 합니다. ‘기상 후 스트레칭’이나 ‘물 한 잔 마시기’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을 ‘미라클 모닝 루틴’으로 취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유는 통제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외부의 상황은 통제할 수가 없지만 현재 내 생활, 나의 라이프스타일 영역은 통제 가능하죠.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긍정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해 줍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대중소비자들이 작은 것부터 아끼고, 소소한 수익이라도 얻으려 노력하며, 작은 습관에서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 바로 긍정적 감정의 빈도를 최대화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상되는 첫 번째 전망이 사람들의 관심이 자기계발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생활습관이나 소비패턴을 개선하려는 이유는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위기 대응의 목적이 컸지만 지금 대중소비자들의 관점은 ‘현재 상태의 점검’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의 나’를 위한 차원에서 자기계발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꾸준히 일상생활에서 발휘되고 있는 개인의 통제감의 방향성이 ‘의(衣)’와 ‘식(食)’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주는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죠. 대게 은행의 영역이니까요. 이 중 특별히 ‘식’에 대한 대중소비자들의 태도를 보다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대중소비자들은 적절한 즐거움과 경험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먹거리가 바로 이런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대중소비자들은 먹거리에 있어서 만큼은 나를 위해 제대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많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음식점을 찾는 경향이 더욱 뾰족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짠테크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나 의미 있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쉽게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밀키트나 대중 선호도가 높은 희귀 음식 아니면 특정 취향의 입맛을 공략하는 버티컬한 상품 개발 전략 등이 필요하겠죠.
세 번째는 소소하지만 방향성이 뚜렷한 의미 추구 행동이 보다 더 확산될 것이란 점입니다. 하나의 행위를 하더라도 의미 있는 2차, 3차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현재 대중소비자들은 대단하지 않은 일상적 습관을 통해 소소한 성취감의 경험을 축적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을 넘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행동을 찾아 성취감의 강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겠죠. 예를 들면, 친환경 이슈에 있어서도 당장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습관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추상적인 ESG 경영을 홍보하기 위한 거대 담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 가능하고 개인 스스로 실천이 가능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수 있을 텐데요. 이럴 경우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ESG 행보 또한 가능할 것입니다.
Q.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회사에 가지 않고도 일할 수 있다는 ‘편안한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일상 회복이 거의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직장 생활,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코로나 첫해, 재택근무를 처음 경험했을 때 직장인들은 안 그래도 그동안 개인 생활과 회사 생활을 구분하고 싶었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굉장히 ‘땡큐’한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일각의 우려가 상당했지만 직장인들은 매우 빠르게, 잘 적응했죠. 오히려 회사라는 공간에 출근을 하지 않더라도, 이전보다 회의를 적게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덜 하더라도, 직장 상사나 주변인들에게 감정 노동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업무가 더 명확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심리적 편안함도 느끼고, 이제까지의 직장 생활이 꽤나 형식적이고 의례적이었으며, 보여지는 것보다 진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직장 생활에서 ‘관계’나 ‘일’에 대한 태도나 관점에 변화가 생긴 것이죠.
그런데 2021년도의 재택근무는 조금 다릅니다. 직급에 따라 정상근무 복귀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이가 있어요. 주로 연령과 직급이 낮은 직장인의 경우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감과 선호도가 두드러졌지만, 중장년층과 관리직… 그러니까 뭔가 관리를 해야 하는데 관리할 사람이 없어 당황스러워진 사람들은 재택근무보다 이전처럼 출근 문화가 복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소통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인식하게 됐다는 겁니다. 직장 내 업무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출근을 해서 직장 동료들과 직접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아진 결과인데요. 실제로 직장인들이 꼽은 ‘2021년 재택근무가 직장 생활에 가져온 큰 변화’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상당수 직장인들은 이렇게 좋았던 경험치를 가슴에 품은 채로 일단 회사라는 일터로 복귀해야 합니다. 당분간 심상치 않은 불황시대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상당수의 직장인들은 퇴사, 이직, 파이어(FIRE)족으로서 움직이기보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이른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을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당분간 직장 생활을 통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의 직장 생활에서는 관계적 측면에서 한 가지 변화가 예상됩니다. 바로 직장인들이 위아래 조직 구성원과의 원만한 소통이나 교류를 추구할 움직임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의 방점은 ‘소통이나 교류’가 아니라 ‘원만함’에 있습니다. 내적 친밀감이나 사적 관계, 강한 유대 관계가 아니라 나의 업무나 일을 해 내는 과정에서의 소통과 교류 즉, ‘일로만 대동단결’ 형태의 관계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여전히 직장 상사의 회식 제안은 스트레스성 이벤트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 중 갖게 되는 소소한 식사 자리는 ‘무지출 챌린지’의 연장선에서도 환영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일이나 업무를 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한 고려도가 높아지면 평가 공정성에 대한 이슈도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낙인효과’와도 관련이 있는 내용인데요. 재택근무 경험으로 일의 투명성을 확인한 직장인이라면 그동안 직장에서 저성과자, 고성과자를 분류하는 판단의 적합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영진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평가자, 관리자 입장의 직급자라면 한 번쯤 내가 판단하는 기준이 상식적이고 객관성이 담보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MZ세대가 주도하는 다양한 직장 문화의 변화입니다. ‘일로만 대동단결’ 또는 ‘낙인효과의 경계’와 관련해 MZ세대의 목소리가 커질 수가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MZ세대의 노조 참여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많죠. 하지만 저희가 조사를 해보면 딱히 MZ세대는 노조에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움직임의 방향이 좀 다르죠. 주로 성과나 베네핏 중심으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기존의 강성노조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노조 결속력은 약하다?’가 아니라 ‘스스로의 권리나 권익 여부에 따라 노조의 참여 의지와 결속력은 매우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오히려 선배 세대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Q. 2023년의 삶을 보다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제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셔도 좋고, 강의와 관련해서 추가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해마다 연말 서점가에 트렌드 관련 도서들이 넘쳐납니다. 책을 보는 것도 좋고,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그런 서적들이 제시하는 트렌드 키워드로 트렌드를 이해하기보다는 키워드 밑에 깔려 있는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그러한 현상 모두 우리 각자 개개인, 한 명 한 명이 만들어 낸 것이니까요. 내가 소비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트렌드가 되는 것이기에 ‘트렌드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영역에서만큼은 트렌드에 식견을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고, 균형된 정보를 많이 찾아보면서 항상 객관적인 정보를 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올바른 방향키를 잡는 데 트렌드 정보가 그 어느 것보다 굉장히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런어스 강좌 ‘2023 트렌드 엿보기’는 비학위 유료 전문과정으로 1월 2일 론칭 예정이다.
2023 트렌드 엿보기 강좌 커리큘럼
1강 같은 세대, 다른 생각! 이대남 vs. 이대녀
2강 ‘자기 주도성’ 높아진 대한민국, ‘권위의 붕괴’
3강 갑질 못 참는 세대, 선 넘으면 OUT!
4강 이색과 익숙의 만남, ‘콜라보’는 계속된다
5강 외로움이 바꾼 우리의 인간관계
6강 불황시대 소비 미션 ‘생존하라!’
7강 재택근무가 직장인에게 알려준 사실
8강 뷰카 시대,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
https://www.learnus.org/local/ubonline/view.php?id=235691&grou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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