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선교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우리 대학교에서 특별한 보물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언더우드의 손자 원득한 박사(Richard Underwood)는 고종황제가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하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 1점을 우리 대학교에 기증했다.
일찍이 언더우드 선교사는 조선 왕실과 매우 돈독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언더우드 부인은 명성황후의 시의였으며 민비 시해사건 이후 정치적 위기 속에서 언더우드 선교사는 고종황제를 호위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기독교인 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고종 탄신 축하행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결혼식날 고종황제에게 하사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이 검은 본래 언더우드의 형이자 연세대학교 건립비용을 기부한 존 티 언더우드(John T. Underwood)의 손에 잠시 맡겨져 있다가 원한경 박사(언더우드 선교사의 외아들)의 사남인 원득한 박사가 보관하게 됐다. 이후 원 박사가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 삼남인 원재한 박사가 보관하다가 다시 원 박사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언더우드 서거일 전날인 지난 11일, 총장공관 영빈관에서 ‘언더우드 유물 기증식 및 언더우드 가족 환영만찬’이 열렸다. 이날 원득한 박사는 김용학 총장에게 언더우드 선교사의 사인참사검을 직접 기증했다. 원 박사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귀한 보물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보관해줄 곳은 연세대학교밖에 없다고 생각해 기증하게 됐다.”며 “연세대학교에서 이 보검을 잘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왕실의 안녕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조선의 보검
고종황제와 언더우드 선교사의 끈끈한 관계 방증
이 칼의 이름 ‘사인참사검’은 ‘삿된 것(재앙과 사귀)을 막아주는 벽사( 邪)의 검’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조선시대 중기~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검은 온전한 칼몸과 칼집을 갖추고 있으며, 칼집을 포함한 전체 길이는 약 80cm이다. 칼날은 양날이며 곧다. 칼자루와 칼집의 겉면은 어피(상어가죽)로 마감했다. 칼자루에는 유소가, 칼집에는 칼띠가 달려있다. 칼의 외장에는 용머리문(애자문)을 비롯하여 여의문, 당초문, 화염문 등 다양한 길상무늬를 넣어 벽사의 의미를 명확히 나타낸다.
칼날의 한 면에는 다른 인검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放’자를 포함한 30자의 검결이 전서체로 금입사(金入絲)되어 있고, 다른 면에는 북두칠성과 28수의 동서남북 별자리가 금입사되어 있다. 이는 전통 동양사상의 오묘한 이치를 담은 것으로 칼에 천지조화의 힘과 별들에 깃들어 있는 신령한 힘을 실어 바르지 않은 삿된 것을 물리치고 재앙을 막으려는 뜻과 함께 왕실의 안녕,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사인검은 인년, 인월, 인일, 인시(새벽 3~5시) 양의 기운이 가장 왕성해지는 두 시간 동안 검 제작의 가장 중요한 공정이 이루어진 특별한 칼이다. 인(寅)은 군신 간의 도리인 의(義)를 뜻하므로, 사인검은 조선왕실에서 재앙을 막고 사귀를 베는 주술용이자 왕실의 안녕과 군신 간의 도리를 이루어 국태민안을 기리는 목적으로 제작한 칼이다. 많은 사인검이 공신에게 내리는 하사용으로 쓰였으며, 신하들은 이를 수신과 벽사의 수단으로 간직했다.
태조 7년(무인년, 서기 1398년)에 처음 사인검(四寅劍)이 제 작된 이래 조선왕조 내내 전승되어 온 인검은 조선시대의 철학과 공예 기술의 융합체로서 예술성이 뛰어나며,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 조선의 대표적 검이다.
언더우드 서거 100주년 기념전시회 열려
한편, 사인참사검은 지난 12일부터 25일까지 백주년기념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언더우드 서거 100주년 기념전시 ‘언더우드 오브 코리아’에 전시돼 대중에 공개됐다. 본 전시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한국 선교 31년간의 활동과 그가 뿌린 씨앗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장해온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사인참사검 이외에도 언더우드의 선교활동을 담은 사진과 유물, 그의 형 존 티 언더우드의 타자기 14점이 전시됐다.
전시회에는 언더우드가 설립한 교회와 학교의 건물을 그린 펜화 40여 점도 전시됐다. 미디어아트연구소 이상면 연구교수는구한말과 20세기 초반 사진 자료들을 바탕으로 ‘언더우드 자매교회’라 불리는 21개 교회와 언더우드가 설립한 고아원 학당, 경신학교, 연희전문학교 등을 형상화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고종황제가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내린 하사품으로 알려진 보검을 기증 받게 된 것은 연세대학교에도 매우 뜻깊고 소중한 일”이라며 “향후 각계 전문가들과 더불어 보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연구와 고증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