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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특별기획] 작고 평범한 존재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3-27

작고 평범한 존재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조구만 스튜디오 강조디 작가(정보인터랙션디자인 12)를 만나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3월,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마주치는 귀여운 공룡들이 있다. ‘하찮은 공룡들’로 불리는 이들은 우리 대학교 디자인센터가 일상으로 복귀한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조구만 스튜디오와 협업해 설치한 작품이다. 공룡을 통해 ‘우리는 조구맣지만(조그맣지만) 중요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조구만 스튜디오. 우리 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을 졸업한 조구만 스튜디오의 강조디 작가(작가명, 정보인터랙션디자인 12)는 눈길을 끄는 신선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삐뚤빼뚤 공룡 그림,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

그가 ‘조구만 스튜디오’를 만든 것은 2017년이다. 낙서처럼, 덩치 큰 공룡을 단순화해 그린 것이 친근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됐다. 이후 ‘얼떨결에 운명을 피해 아직 지구에 사는 열 마리의 공룡들’이라는 콘셉트의 ‘하찮은 공룡들’ 시리즈로 발전시켰고, 문구류·리빙제품 등 여러 가지 상품군을 선보이게 됐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SDF) 2019’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는 등 작가로서 그의 이름도 널리 알려졌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는데, 지금은 멤버들과 함께 작업해요. ‘자비 없고 잔인한 초식동물 클럽’을 포함한 하찮은 공룡들과 공룡들이 하는 이야기를 만들며 조구만의 세계관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세계관 

‘하찮은 공룡들’은 ‘자비 없고 잔인한 초식동물 클럽’에 산다. 그 세계관의 바탕에는, 프리랜서 작가로서 겪었던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20대 중반에 스튜디오를 시작하면서 ‘을’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됐지만 순응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됐는데, 어느 날 문득,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졌어요. 언젠가 힘을 갖게 되면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공룡들을 통해 ‘내가 지금 을이라고 해서, 그게 너희가 나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죠.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한 위치에 있는 초식공룡에게 저를 투영한 것 같아요. 대표 캐릭터인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약하고 선한 존재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요. 할 말은 과감히 하는 브라키오를 보면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시원한 감정을 느끼길 바랐어요.”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메시지 전달

이처럼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그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과정에서 그가 늘 염두에 두는 것은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는 점.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끝맺음을 하거나 특정한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것은, 보는 사람이 덧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보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이미 세상에 많은 메시지를 굳이 저까지 더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브라키오는 무조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을 하지는 않아요. 따라서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명확하고, 선명하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재미있는 것만 치열하게 했던 대학 시절

학창 시절 그는, ‘재미있는 것은 치열하게, 재미없는 것은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취업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고, 대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공 수업은 좋아했다.”고 한다. 수업 외 활동으로 아카라카나 연고전 때 입을 티셔츠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다 눈부시고, 또 그만큼 어설펐던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돌아보니 다 아름다웠네요! 이번에 디자인센터와 협업하면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캠퍼스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하찮은 공룡들’이 캠퍼스가 활기를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공감하고, 위로받았다는 말이 가장 큰 보람

창작자로서,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는 일은 언제나 큰 숙제다. 강조디 작가는 “스스로 느끼는 많은 감정 중 어떤 것을 꺼내야 사람들이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한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작업물에 공감했다거나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이 드는데,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는 강조디 작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한 가지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이 다재다능한 예술가가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맣다고 안 중요하단 건 아냐.’라는 조구만 스튜디오의 정신은, 그 자체로 따뜻한 위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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