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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공공부문 조직 구성원들과 공공봉사동기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1-20

공공부문 조직 구성원들과 공공봉사동기

행정학과 조윤직 교수



공공부문 구성원들의 이직 문제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더 생산적인 조직, 더 건강한 조직을 만들려는 관리적 노력은 늘 존재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조직적인 관점에서 제도와 기능을 재정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조직도 결국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많은 조직들이 겪는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People problem)라는 점에서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 역시 효과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서 언제나 필요하다. 어떻게 조직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을 더 바람직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민간부문에서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큰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에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공공부문은 민간부문에 대해 모범적인 고용주(Model employer)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공무원의 이직에 관한 기사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시대가 왔다고 이야기하고 회사를 다니더라도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큰 열의를 보이지 않는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 비단 민간부문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공무원 시험이 너무 과열되어 문제가 되었던 일이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에는 공무원들의 잦은 퇴직이 심심치 않게 기사화되곤 한다. 젊은 세대의 경우, 어렵게 공무원 시험을 합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직을 그만두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공직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수한 인재의 유출이라는 점에서 조직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공공부문에서 주요하게 작용한다고 알려진 ‘공공봉사동기’라는 개념에 초점을 두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공공봉사동기의 개념

공공봉사동기(public service motivation)은 간단히 이야기해서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실현하고자 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이 개념이 제시되었을 때에는 공공부문(public sector)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고유하게 발견되는 동기라고 설명되었으나 연구가 이어지면서 비단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비영리부문(non-profit sector)이나 민간부문(private sector)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개념이 확장돼 왔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형성되어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견해에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조직사회화 등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개발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견해로 그 개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학자들은 공공봉사동기라는 큰 개념 아래에 속하는 몇 가지 세부 차원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Kim과 동료들의 연구(2013)에 의하면, 이들 세부 차원들에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매력도(attraction to public service), 공공가치에 대한 헌신(commitment to public values), 연민(compassion), 자기희생(self-sacrifice)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공공봉사동기의 영향력은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지배적이다. 공공봉사동기가 높은 구성원들은 직무만족도가 높고 조직에 더욱 몰입하는 한편, 업무성과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자신이 업무상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를 돕거나 새로 조직에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이런저런 팁을 알려주는 한편, 조직의 규범에 자발적으로 순종하는 등의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공공봉사동기가 높은 구성원들은 조직을 떠나려는 이직 의도가 낮다는 연구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이렇게 볼 때, 조직의 관리 자원으로서의 공공봉사동기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공공부문의 인적자원관리는 아직 민간부문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즉, 인적자원관리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고 그 활용이 탄력적이며, 상당한 정도의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부문 조직과 비교하면, 공공부문은 그러한 자원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탄력적 운용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조직 구성원들의 성과를 제고하고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이직 의도는 감소시키기 위한 관리 자원으로서 공공봉사동기의 역할과 활용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봉사동기 고취를 위한 방안

그렇다면 어떻게 공공부문 구성원들의 공공봉사동기를 고취시킬 수 있을까? 공공봉사동기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예측하는 이론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초기에는 공공봉사동기가 공공부문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갖는 이유를 개인-조직 적합성(Person-Organization fit, P-O fit)의 논의에서 찾았다. 즉,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고자 하는 개인은 그러한 공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일하게 될 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이 지향하는 바가 일치하기 때문에 더욱 큰 만족감을 느끼고 조직에 헌신하게 돼 더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단지 공공부문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조직에 소속된 개인이 긍정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은 그 설명력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 공공봉사동기가 높은 개인이라 할지라도 공공부문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늘 긍정적인 행태와 높은 성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점차 연구가 진행되면서 공공봉사동기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설명하는 논리는 개인-직무적합성(Person-Job fit, P-J fit)의 논의로 정교화됐다. 즉, 공공부문에 종사하더라도 어떤 일을 하는지가 공공봉사동기의 영향력이 제대로 발현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종사자가 자신의 업무를 통해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실제로 기여할 수 있다고 느끼는 정도에 따라서 공공봉사동기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 공공부문에 종사하더라도 실제 일하면서 조직 구성원이 기대했던 것만큼 공공의 이익 실현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실제 업무가 공익실현과 동떨어진 업무라면 해당 구성원의 공공봉사동기가 제대로 발현되기를 기대하기란 힘들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Nicola Bellé(2015)의 연구를 주목할 만한데, 이탈리아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응급처치 키트를 조립하는 업무를 실시하면서 성과급(pay-for-performance)의 영향력을 검증하고자 했다. 다른 동료들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키트를 조립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비밀일 때에 나의 성과정보가 공개되는 경우에 비해서 성과급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난 결과도 흥미롭지만, 조립하는 응급처치 키트로 인해 실제 생명을 보전할 수 있었던 수혜자를 만나는 기회를 가진 그룹의 경우에는 그러한 만남 자체가 성과를 증가시킴을 발견했다. 또한 나의 성과가 공개되는 조건에서는 수혜자와 만남을 가진 그룹에서 성과급이 오히려 성과를 낮추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결과를 발견한 것도 흥미롭다.  


이를 공공봉사동기와 관련지어 본다면,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 각자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를 배분해 줌과 동시에, 실제 자신의 업무가 조직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력을 갖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함의를 도출해 볼 수 있다. 나의 업무로 인해 어떻게 공익이 실현되는지, 나의 업무가 어떻게 영향을 미쳐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개선되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공무에 종사하는 의미를 되새기고 그 선한 영향력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공공봉사동기가 그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경험은 공공봉사동기를 유지시키고 더욱 제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 가능한 공공서비스를 위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아 AI, 빅데이터, 메타버스와 같은 용어들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고 이들 기술들로 인해 실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을 빼놓고는 이러한 기술들을 이야기할 수 없다. 공공부문이 해야 할 역할을 생각할 때에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일반 시민들의 편익과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편익이 지속 가능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사기와 만족도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공공봉사동기가 공공부문 조직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태도 진작을 위한 하나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정교하게 마련된 성과관리 체계와 그 결과에 기반한 적정한 인센티브 제공 역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형의 관리 자원으로 기능하는 공공봉사동기 역시 공공부문 구성원들에게 사명감을 되새기고 업무에 임하는 열의를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공공봉사동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고취시킴과 동시에 그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관리적 노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때, 공무원의 이직 현상을 완화시키고 더 나아가 보다 경쟁력 있는 공공부문으로 거듭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윤직 교수는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인 불평등 해소 정책 DB구축 사업단과 연세 시그니처 연구클러스터 사업단의 행정학 분야 연구책임을 맡고 있다. 조직행태와 공공관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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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Kim, Sangmook & Vandenabeele, Wouter & Wright, Bradley & Andersen, Lotte & Cerase, Francesco & Christensen, Robert & Desmarais, Céline & Koumenta, Maria & Leisink, P.L.M. & Liu, Bangcheng (2013). Investigating the Structure and Meaning of Public Service Motivation across Populations: Developing an International Instrument and Addressing Issues of Measurement Invariance. Journal of Public Administration Research and Theory. 23. 79-102. 10.2307/23321085. 


Bellé, N. (2015), Performance-Related Pay and the Crowding Out of Motivation in the Public Sector: A Randomized Field Experiment.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75: 230-241. https://doi.org/10.1111/puar.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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