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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긍정조직학과 일의 의미, 변화 관리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2-12-21

긍정조직학과 일의 의미, 변화 관리

경영학과 도보람 교수


 

대퇴직의 시대  

10여 년 전, ‘취준생(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과도한 경쟁과 스펙 쌓기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2022년 현재, 취준생이 아닌 ‘퇴준생(퇴직을 준비하는 사람)’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2년 실시된 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의 70% 이상이 평소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고[i], 절반 이상의 직장인들이 일이 아닌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여 조기 은퇴를 하는 FIRE족의 삶을 희망한다고 알려졌다[ii].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성실한 직장인에 대한 조롱까지 생겨났다는 점이다.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출근충(출근과 ‘벌레 충(蟲)’ 자가 합쳐진 신조어)’이라 표현하는가 하면, 직업 없이 비노동 수익으로 편안하게 살아가는 백수를 ‘갓수(God+백수)’라는 신조어로 칭송하기도 한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2020년 이후 급증한 자발적 퇴사자들로 인해 많은 미국의 회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과거 대공황 시대(The Great Depression)와 대침체 시대(The Great Recession)에 맞먹을 만한 충격이라 하여 ‘대퇴직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 표현할 정도이다. 가수 비욘세가 “I just quit my job”을 반복하는 ‘Break My Soul’이라는 노래가 2022년 시대정신을 가장 잘 반영한 노래라고 평해지고, 틱톡(TikTok)이라는 SNS에서는 공공연히 사직서를 던지는 실제 영상이 유행처럼 올라오면서 ‘Quit-Tok’이라고 불릴 정도가 됐다. 2022년 현재, 미국의 자발적 이직률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24%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iii].


대 퇴직의 시대, 조직과 구성원은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 것인가?

 



긍정조직학이란?

긍정조직학(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은 이 질문의 답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긍정조직학은 21세기 초반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주도로 시작된 학문으로, ‘조직과 그 구성원의 긍정적인 결과, 과정 및 속성에 대한 연구(p.4)[iv]’로 정의된다. 즉, 문제투성이처럼 보이는 조직 생활에서 본 학문은 조직 내 긍정적인 요소만을 의도적으로 집중, 선택해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되는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고, 그 원인을 체계적으로 밝히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정작 긍정적이거나 모범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단순한 칭찬과 보상을 제공할 뿐 왜 또는 어떻게 잘할 수 있었는지 구체적인 분석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긍정조직학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비록 소수일지라도 조직 내 긍정적인 요소들 – 회사에서 잘 돌아가는 것 – 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탐구해 널리 퍼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직은 더욱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구성원들 역시 스스로의 최고의 모습(Best Self)을 발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조직학의 전제는 일과 노동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높은 이직률과 직장인들의 직무몰입 저하, 혹은 퇴준생의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직률이 가장 높은 부서나 회사를 찾아가서 해당 조직의 업무적, 관계적, 혹은 리더십 관련 문제점을 파악해 고쳐 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접근 방식은 직무 만족도가 가장 높거나 이직률이 가장 낮은 회사 또는 부서를 찾아가 해당 조직이 갖는 특별함을 밝혀내고, 그 특별함이 다른 부서나 회사에도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려운 코로나19 시기에도 직장인이 행복한 회사로 매년 선정되는 여러 회사들이 있다[1]. 여기에는 ‘SK 이노베이션’과 같은 대기업부터 ‘한국남동발전’과 같은 공기업과 ‘대학내일’과 같은 중소기업까지 포함된다. 이 회사들의 어떠한 특별함이 대 퇴직의 시대를 살아가는 재직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단일 조직 내에서도, 팀원들 사이의 분위기가 좋고, 성과가 우수하며, 이직률이 낮은 ‘예외적인’ 팀이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예외적인(positively deviant) 조직과 부서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긍정적인 조직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기제를 밝혀내는 것이 긍정조직학자들이 추구하는 연구 방향이다. 긍정조직학은 이러한 학문적 지향을 갖고 있는 모든 조직 연구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직원들의 자기효능감, 회복탄력성, 일의 의미와 목적, 조직 내 존재하는 긍정적 관계, 긍정 리더십, 그리고 긍정 조직문화 등과 같은 다양한 연구 주제를 포함한다. 




긍정조직학과 일의 의미 

“인간의 주된 관심사는 기쁨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Frankl, 1959, p.115).[v]


다양한 긍정조직학 연구 주제 중 일의 의미(meaning of work)에 대한 연구는 대 퇴직의 시대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일의 의미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이해와 그 일의 중요성으로 정의되는데, 자신의 삶에서 일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동반한다(예: 내 일은 나의 수입원이다, 의무이다, 소명이다, 억압이다 등)[vi]. 일의 의미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일의 의미감(meaningfulness of work)은 일에 대해 개인이 인지하는 중요성의 정도로, 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만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소개되었다[vii].


일의 의미에 대한 다수의 학술적 연구는 다음의 두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 일의 의미는 개인의 해석으로 이루어진다[viii]. 예컨대 배달 라이더라는 일의 의미는, 누군가에게는 위험과 갑질의 원천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율성과 기회의 상징일 수 있다. 따라서 일의 의미 연구에서 배달 라이더라는 혹은 기술직, 사무직이라는 특정 직업의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특성은 연구자의 주 관심사가 아니다. 왜 그리고 어떻게 동일한 일과 환경에서 개인이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경험을 하게 되는지 그 이유와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해석주의(interpretivism)를 전제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ix].


두 번째, 일의 의미는 사회적으로 형성된다. 일의 의미 자체는 개별 개인이 인식하고 보유하는 것이지만, 그 의미 형성(meaning-making) 과정에서 주변 환경과 타인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한 개인이 ‘배달 라이더는 갑질의 대상’이라는 의미와 함께 단순히 수입 창출을 위해 라이더 일을 시작했을 수 있다. 그러나 고객과 음식점 직원과의 긍정적 상호작용, 소속 팀장의 존중 어린 소통, 동료 라이더와의 친밀한 교류 등을 통해 배달 라이더라는 일의 의미는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 여러 학자들은 개인들이 일의 의미를 형성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동료와 리더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일의 설계 방식, 리더십, 회사의 미션, 기업 또는 국가 수준의 문화까지 포함한다고 제시한다.




의미 있는 일을 위한 네 가지 경로(Rosso et al. 2010 그림 1 번역)

 



최근 2년 이내 자발적 퇴사를 경험한 대한민국 20대 및 30대의 상당수가 업무가 적성과 흥미에 맞지 않거나 만족하지 못해서(25%), 또는 개인의 발전과 성장 가능성이 낮아서(22.5%) 퇴사했다고 응답했다[x]. 보수가 적어서 퇴사했다는 응답은 여전히 1위였으나, 이는 38%를 차지해 전술한 두 응답의 합(47.5%)보다 낮은 수치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경영자들은 회사가 직원의 적성에 맞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일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산업 특성상, 조직 구조상, 업종의 본질상, 혹은 제조업, 중소기업, 공기업이기 때문에, 회사가 직원이 선호하는 일과 성장을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술한 일의 의미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다’는 것은 개인의 해석이며, ‘발전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역시 개인이 일을 대상으로 만들어 낸 의미이다. 일의 본질이 변하지 않아도, 그 일의 의미는 변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성실한 직장인의 의미가, 어떤 이들에게는 과거 ‘산업 역군’에서 현재의 ‘출근충’으로 퇴색된 것처럼 말이다.


또한, 당사자를 둘러싼 타인(예를 들어 직장 상사와 동료)과 환경(예를 들어 조직문화와 사회적 분위기)은 이 해석과 의미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일의 의미는 사회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즉, 직장인들이 주어진 일에서 적성을 발견하고 성장 가능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긍정적 해석과 의미 형성이 가능하게 하는 리더십과 조직 문화 및 제반 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국가적 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독일 10대 인구의 30%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학문 중심인 일반 대학 대신 실무 중심의 직업학교에 진학한다. 이들에게 제조업과 기술직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대학내일의 직원들은 자신의 직업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에 높은 업무량의 미디어출판 산업에 종사함에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한국의 제조업과 중소기업은, 독일의 직업학교와 대학내일의 사회적이고 조직적인 의미 형성(meaning-making)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맺는말 : 변화하는 조직과 긍정조직학

대 퇴직의 시대, 사람과 노동 시장의 변화를 인지한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 변화의 노력은 종종 부정성을 없애는 데에만 집중하거나, 맹목적으로 화려한 유행만을 좇는 모습을 보인다. 사내 괴롭힘 방지와 같이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된 사안을 목표로 하거나, 카페같이 최신 유행의 사무실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것이 그 예이다. 


두 가지 노력 모두 회사와 직장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 사라졌다고 해서, 회의실이 근사해졌다고 해서, 직장인들이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인가?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또 가능하게 해주는 리더십과 업무설계, 경력개발 제도,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절실한 것은 아닐까?




“And I just quit my job. I'm gonna find new drive. I'm lookin' for motivation …. 

Looking for something that lives inside me.” 

(Break My Soul, Beyoncé) 

 

다시 비욘세의 노래로 돌아가 보자. 문자 그대로만 본다면, 이 노래는 뉴스위크지가 표현한 대로 일과 노동을 부정하는, 대 퇴사의 시대를 향한 찬가로 들릴지도 모르겠다(anti-work anthem[xi]). 그러나 일이 긍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사람들이 활력(drive)과 동기(motivation) 그리고 그들 안에 그 무언가(something that lives inside me)를 느끼는 공간이 일터가 될 수 있다. 일이 나의 마음을 파괴(break)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게 할 수(enrich)도 있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일과 긍정적인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이 앞으로 맞이할 인재 확보 경쟁의 시대에서 조직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

[1] 블라인드 지수(BIE: Blind Index of Employee’s Happiness): 블라인드 플랫폼에서 직장인이 회사에서 느끼는 행복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지표 조사이다. 블라인드 플랫폼에 가입한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 항목을 배포해 한 해 5만 명 이상의 직장인 표본을 수집한다. 

[i] 트렌드모니터 (2022) 직장인 조기 퇴사 및 정년 관련 인식 조사 (https://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2365&code=0402&trendType=CKOREA)

[ii] 트렌드모니터 (2021) 2021 직장생활 평가 및 F.I.R.E족 관련 인식 조사(https://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2078&code=0404&trendType=CKOREA)

[iii] Gartner (2022) Gartner Says U.S. Total Annual Employee Turnover Will Likely Jump by Nearly 20% From the Prepandemic Annual Average (https://www.gartner.com/en/newsroom/04-28-2022-gartner-says-us-total-annual-employee-turnover-will-likely-jump-by-nearly-twenty-percent-from-the-prepandemic-annual-average)

[iv] Cameron, K. S., Dutton, J. E., Quinn, R. E., & Wrzesniewski, A. (2003). Developing a discipline of 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Foundations of a new discipline, 361-370.

[v] Frankl, V. E. (1959). Man’s search for meaning. Boston: Beacon Press

[vi] Wrzesniewski, A., Dutton, J. E., & Debebe, G. (2003). Interpersonal sensemaking and the meaning of work. Research in organizational behavior, 25, 93-135.

[vii] Pratt, M. G., & Ashforth, B. E. (2003). Fostering meaningfulness in working and at work. 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Foundations of a new discipline, 309, 327.

[viii] Rosso, B. D., Dekas, K. H., & Wrzesniewski, A. (2010). On the meaning of work: A theoretical integration and review. Research in organizational behavior, 30, 91-127.

[ix] Wrzesniewski, A., McCauley, C., Rozin, P., & Schwartz, B. (1997). Jobs, careers, and callings: People's relations to their work.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31(1), 21-33.

[x] KBS, (2022) 청년층 퇴사에 대한 인식조사보고서https://news.kbs.co.kr/datafile/2022/07/26/297951658816917588.pdf)

[xi] Burton J. (2022) Beyoncé's 'Break My Soul' Hailed as Anti-Work Anthem: 'Release Your Job.’ Newsweek. https://www.newsweek.com/beyonce-break-my-soul-new-song-social-media-quit-jobs-1717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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