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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운동이 암을 이긴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2-11-23

운동이 암을 이긴다(Exercise wins: Cancer)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전용관 교수 / 세브란스 암병원 암예방센터 겸직교수



최근 미국암학회(ASCO)에서 치료 중인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운동, 식이 그리고 체중조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암 환자에게 운동을 권해야 한다(should recommend)고 제시한 반면, 치료 중인 암 환자에게 특정한 다이어트가 유익하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실제 병원에서 임상 영양사가 암 환자에게 제공하는 영양 상담을 국가 보험에서 지출하고 있는 반면, 운동은 어떠한 의료 수가도 책정돼 있지 않음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놀라운 결과다. 역시 운동이 ‘짱’이다.



암 환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필자가 처음 운동과 암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8년 치료 레크리에이션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 학생들에게 한 질문 때문이었다. “말기 암 환자가 자신이 죽는 날만 기다리며 살기보다 살아있는 날을 더욱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버킷 리스트를 만들고 즐겁게 살다 보면(여가) 남은 삶의 질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Quality of life)?”,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게 살다 보면(물론 통증이 조절이 될 때), 더 오래 살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암 환자가 치료 레크리에이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거야!”라며, 스스로도 잘 모르는 말을 떠들고, 연구실로 돌아와 정말 그럴까? 하고 ‘Pubmed.gov’ 창에 ‘Exercise, Cancer & Mortality’ 세 단어를 입력해 보았다. 그랬더니, 일주일에 단 하루도 운동을 안 하는 유방암 환자와 비교해 일주일에 세 시간 정도의 걷기 운동에 참여한 유방암 환자는 암 재발률이 50%가 줄었다는 논문(Holmes, M)을 발견했다. 유레카! 운동이 좋은지는 알았지만 운동을 전공한 필자조차도, 운동이 이렇게 좋은지 새삼 알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유방암뿐 아니라 대장암(하버드대학교 Meyerhardt, J) 그리고 전립선 환자에게서도 확인됐다. 





암 재발을 40~50% 예방하는 운동의 힘

또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런데 왜 운동이 이렇게 암 환자에게 좋은 것일까?” 알게 된 것은 유방암, 대장암 그리고 전립선암이 운동을 안 하고 비만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생기고, 치료가 종료된 후에 재발도 많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비만과 운동 부족이 암의 발병과 재발 위험을 높이는 생물학적 기전은 바로 비만과 운동 부족이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기전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또 유레카! 


사실 필자의 석·박사 학위 논문이 바로 어떻게 운동이 당뇨병을 개선하는지 생물학적 기전을 밝히는 것이었고,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왜 비만이 당뇨병을 유발하고, 어떻게 그리고 왜 운동이 당뇨병을 개선하는지 연구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운동이 암의 발생을 낮추고 재발을 예방하는 기전 역시 운동이 당뇨병을 개선하는 이유와 같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런 연구가 당연히 진행돼 있으리라 짐작했는데, 찾아보니 아직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운동이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그렇게 필자는 ‘운동과 암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연구를 진행하던 중 비만이 대장암 예후를 안 좋게 한다면 운동을 통해 비만도를 낮춤으로써 대장암 환자의 예후가 좋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됐고, 비만 연구를 함께 진행하던 세브란스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간호학과 추상희 교수와 함께 당시 대장암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외과 김남규 교수를 찾아갔다. 김남규 교수를 만나 명함을 건네며 소개하는데 첫 마디가 바로 “체육 전공 교수님이시네요. 제발 운동 연구를 좀 하세요. 환자들이 맨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냐고 묻는데, 잘 몰라서 그냥 걸으라고 합니다. 과학적 근거 기반의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세요. 내가 도와줄 테니.”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계기가 돼 과학적 근거 기반의 운동 프로그램 개발 10단계를 만들어 지난 13년간 운동과 암 관련 연구를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하며 학문적 논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수천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장암 환자를 위한 과학적 근거 기반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로부터 시작해 수술 후 입원 시 해야 하는 운동, 배변 장애가 있는 환자의 배변 기능 개선 운동 프로그램 등을 개발했다. 





대장암 환자와 유방암 환자의 운동 프로그램

특히 인상 깊었던 환자 두 분의 사례를 소개하면, 하루에 30번 화장실을 가던 분이 6주 운동 프로그램 참여 후 하루 3~4번으로 개선된 사례, 수면 시 변이 새어 나와 아내와 각방을 쓰던 환자분이 12주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 후 변이 새는 변실금이 완치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운동의 효과는 몇몇 환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거의 모든 참여자들에게서 배변 기능이 향상되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환자는 해외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발병 연령이 상당히 젊은 경우가 많다. 육아와 직장 복귀 그리고 가사 노동을 해야 하는 분들이 많아서 상지(upper extremity) 기능 회복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래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상지 기능을 개선시키는 운동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했다. 


유방암 환자의 대부분은 수술로 암을 제거하게 되는데,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 부위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상지를 사용하지 않고, 회복된 이후에도 상지를 사용해 운동하는 것을 꺼린다. 따라서 수술 후 2년이 지나도 상지 기능이 다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유방암 환자들이 경험하는 항암 치료와 호르몬 치료는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신체 기능을 약화시키며, 관절과 근육통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심장질환과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 이러한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운동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상지 기능이 불과 2~3주 만에 거의 수술 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근육량도 줄지 않고 신체 기능 역시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2배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운동이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회복과 치료 중 몸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운동과 암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최근에는 환자의 치료 후 회복을 돕는 운동뿐 아니라, 치료가 종료된 암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 암 생존자 통합 지지센터에 운동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세브란스 암예방센터에서는 암 환자를 위한 운동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연구 이외에도 유방 재건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혈액암 등 다양한 종류의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 및 운동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오는 11월 25일, 연세시그니처클러스터사업단과 국립암센터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학자들을 초청해 ‘연세 Exercise Oncology Symposium’을 개최한다. 저명한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와 임상 경험을 나눔으로써 보다 근거가 탄탄하고 효과가 뛰어난, 암 환자를 위한 운동 프로그램 발전의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Exercise Wins!

운동은 암을 이기고, 우울을 이기고, 당뇨를 이기고,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질환을 이길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연구에 임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운동의 놀라운 힘을 믿고 실천해 보기를 소망한다.


유튜브(Youtube) ‘운동이 이긴다’ 채널에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 소개 영상이 올려져 있다.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고안된 동작들로 암 환자들을 위한 운동뿐만 아니라 일상 운동으로 활용하기에도 훌륭하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UJK8A9MzabRdVt9dLHll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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