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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LearnUs 이달의 강의] 미디어의 경계를 뛰어넘는 ‘공감’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2-06-23

미디어의 경계를 뛰어넘는 ‘공감’

‘뉴미디어, 뉴노멀: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상상’ 대표 강의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전수진 교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던 20세기 말에는 웹을 ‘뉴미디어(New Media)’라고 불렀다.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 전통적인 매체(레거시 미디어)와는 다른, 새롭고 혁신적인 매체라 여겼다. 새로운 미디어와 플랫폼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시대. 이제 더 이상 어떤 특정 매체를 가리켜 뉴미디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미디어가 생겨나고 있고, 뉴미디어 디지털 혁명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미디어 혁명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미적, 사회적, 문화적 가능성들을 선보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진들은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은 어떠한 시도와 발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간과 기술’, ‘예술과 기술’은 어떻게 융합하고 확장되고 있는지 이해하고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런어스 전문강좌 ‘뉴미디어, 뉴노멀: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하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선보였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들려주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주제와 깊이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고품질의 강좌를 통해 인문사회와 예술을 아우르는 통섭적인 시각과 창의력을 키워 보자.


런어스 강좌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상상’은 총 세 개의 파트(대중-예술-문화의 새로운 소통, 인간-기술의 새로운 경험, 예술과 기술의 만남), 12개의 소주제 강좌로 구성돼 있다. ‘인간-기술의 새로운 경험’ 파트에서 ‘Design for Emotion: 사용자 경험의 진화’를 주제로 강의한 전수진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부원장을 만나, 강의 전반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전통적인 디자인 개념에서 확장해 사회문제를 찾고 디자인을 통한 해결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더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제공해 주는 이 시대의 디자인에 대해 들었다.




Q. 런어스 전문강좌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상상’은 12개 강의 모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진이 강의를 맡으셨는데요,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뉴미디어, 뉴노멀 시대의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상상’ 강의 시리즈는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미디어문화연구, 문화매개, 영화, 미디어아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 전임교원 7인이 12개의 강의를 기획, 제작한 것입니다. 다양한 전문 분야의 교수들이 참여해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전체 강의 시리즈는 크게 세 개의 소주제 안에 각각 3~4개의 강의로 나눠 구성을 하게 됐습니다. 


먼저 첫 번째 파트에서는 ‘대중-예술-문화의 새로운 소통’에 초점을 맞춰 기존 저자/작가-독자 소통 방식 변화와 새로운 플랫폼의 부상, 디지털 시대 대중문화와 대중 예술에 일어난 다양한 변화 양상들과 그 영향을 논의했습니다. 다음으로 ‘인간-기술의 새로운 경험’ 파트에서는 AI 시대의 미디어, 소통하고 공감하는 로봇, Design for Emotion이라는 내용으로 사용자 경험의 진화 양상을 살펴봤고요. 마지막 파트인 ‘예술과 기술의 만남’에서는 뉴노멀 시대의 융합예술, 디지털 도시와 서사로 구현되는 정보의 스펙터클, 불가능한 공동체의 출현,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탄생시킨 문화적 혁신들을 탐색해 봤습니다.



Q. 런어스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상상’ 강좌를 개설하시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주로 어떤 분들이 이 강의를 수강하면 좋을까요?


본 강좌는 최근 몇 년간 사회 문화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가상과 현실의 융합 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부상으로 인해 나타난 다양한 소통(커뮤니케이션, 인터랙션) 방식의 양상들을 통해 문화예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탐색해 보고자 기획됐습니다. 전통적 예술 창작과 소비 패턴들이 해체되면서 순수예술과 대중문화,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가 가속화시킨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나 중요성 부각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고요. 이러한 변화들 속에서 문화예술의 생산, 유통, 향유는 어떤 방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는지와 관련된 배경, 이론, 현상과 사례들에 관심 있는 학생, 실무자, 일반인들 모두가 수강 대상이 될 수 있겠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인간-기술의 새로운 경험’ 파트에서 특히 ‘Design for Emotion: 사용자 경험의 진화’를 주제로 다루셨는데요. 강의 내용과 교수님의 전문 연구 분야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최근 10년 내에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라는 용어를 학계는 물론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게 됐는데요.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디자인의 역할이 ‘기능’ 중심에서 ‘감정’으로 이동하게 된 문화적 배경도 같이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용자 경험이란 용어는 1998년 인지심리학자이자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이하 HCI) 전문가인 도널드 노먼 교수가 ‘The Invisible Computer’라는 책에서 제품의 3가지 요소(technology, marketing, user experience) 중 하나로 소개하면서 등장했는데요. 노먼 교수는 “인간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나 사용성(usability)이라는 말이 다소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용자 경험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제품과 상호작용하는 사용자의 모든 경험을 담고 싶었다. 거기에는 산업디자인,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물리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매뉴얼까지 포함될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사실상 1990년대 후반에는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이나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centered design)’과 같은 용어들도 디자인과 HCI 분야에서 함께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용어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디자인과 기술 발전에 있어서 초점이 디자인되는 ‘제품(thing)’에서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인간, ‘사용자(people)’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디자인은 최종적으로 구현되는 제품, 서비스, 시스템과 같은 결과물의 구조와 외형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결과물들을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고 경험하게 되는지 그 총체적인 맥락을 설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중요성이 학계와 실무에서 부각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의 역할이 기능에서 감정 중심으로 이동하게 된 문화적 배경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과 디자인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디자인의 기능주의와 보편적, 공리적 윤리를 우선시하고 기능주의 디자인과 도구적 이성을 강조하면서 출발했지만, 1960년대에 제품 소비가 기호적 문화활동으로 확장되면서 디자인에서도 다양한 스타일링이 등장하게 되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디자인의 부흥기를 맞게 됩니다. 


1990년대에는 개별 사용자의 특정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맞춤화된 물건들을 디자인, 제작하는 시도들이 증가했는데요, 미국 ‘Frog Design’ 설립자인 할무트 에슬링거(Hartmut Esslinger)는 80년대 부상하기 시작한 하이테크 산업이 시장에 내놓는 제품들이 기계적인 도구의 형상만 갖춘 것을 비판하면서 “형태는 감정을 따른다(form follows emotion)”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에슬링거는 디자인의 역할은 심미적인 형태를 넘어서 사용자와 제품 간에 의미 있는, 감성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1982~1984년에 애플과 협력해 애플 컴퓨터의 스노우 화이트 디자인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시도들이 현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사용하고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디자인들이 등장한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첨단 기술의 발전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흔히 과학기술의 발전은 매우 이성적 영역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감성적 영역과는 대비되는 것 같은데 사용자 경험에서 말하는 ‘감정(emotion)’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보통 감정(emotion)을 감성(sensibility)이나 느낌(feeling)의 차원으로 인식해서 인간의 오감을 통해 느끼게 되는 자극이나 인지 상태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감정(emotion)의 영역은 시각, 청각, 촉각 등으로 인해 감지되는 자극, 다시 말해 외형적 요소에 국한됩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서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갖게 될 느낌(feeling), 행동, 태도를 모두 다루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갖게 되는 느낌(feeling)은 특정한 행동(behavior)을 수반하게 되고, 이러한 행동들이 반복적, 습관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이는 그 사람의 태도(attitude)를 형성하게 됩니다. 사용자 경험에서 말하는 감정(emotion)의 의미는 이 세 가지 차원을 다 아우르는, 좀 더 폭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앞서 소개한 노먼 교수의 감성디자인의 세 가지 단계에서도 소개되는 내용입니다.


또한 사용자 경험에서 말하는 감정은 이성과 대비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성적인 의사 결정이나 판단을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제가 최근 몇 년간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분야가 행동경제학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주목해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는지를 고찰한다는 측면에서 행동경제학은 디자인이나 심리학과 많은 접점을 가지고 연계될 수 있는 학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Q. 소비자 문화의 변화가 디자인의 경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 되겠지요?


디자인 경향의 변화는 제 수업 초반부에서 소개하고 있는 리처드 부캐넌(Richard Buchanan) 교수의 ‘4 orders of design’을 통해 설명해 볼 수 있겠습니다. 부캐넌 교수는 디자인에서의 4 orders를 ‘signs/symbols’, ‘things', ‘action’, ‘system’으로 정의해 디자인 범위의 확장을 논했는데요. 디자인 영역의 전통적 구분이 됐던 그래픽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에서는 개별적인 기호나 상징 같은 정보와 오브제, 제품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행동과 인터랙션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와 연결돼 작동하는 전체 시스템과 생태계를 디자인의 범위로 다뤄야 합니다.


이런 변화의 측면에서 에코디자인, 지속가능디자인,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등은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개별 제품이 아니라 재활용 과정과 시스템 전체를 조망해야 하고, 개개인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이 당면한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서 해결해야 하며, 디자인 아웃풋으로 만들어지는 당면한 직접적인 결과(경제적, 심리적)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효과와 지속가능성까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함의점들이 있습니다. 



Q. 디자인을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결과물로 생각하는 게 통상적인 인식인데요, 말씀을 듣고 보니 디자인 범위의 확장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환경문제나 사회문제 해결과 같은 ‘과정’까지 아우르는 ‘Design Thinking’을 교육 현장에서 적용하고 계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목되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간 디자인 씽킹은 디자인 전공뿐만 아니라 경영, 공학, 인문사회 분야까지 창의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다양한 수업들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학계뿐만 아니라 실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요. 저는 디자인 씽킹을 주로 학부 수업에서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와 방법론으로 활용하고자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언더우드국제학부의 테크노아트 캡스톤 프로젝트 수업에서 문제 정의부터 사용자 조사, 아이디에이션, 프로토타입 구현 및 검증 등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활용했었고, 최근 몇 년간은 1학년 수업에서 ‘design for recycling’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 재활용 쓰레기 문제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하는 취지였고, 흥미로운 프로젝트 결과물도 많이 나왔습니다. 


디자인 씽킹의 가장 큰 취지는 학생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적용해 봄으로써 설문, 인터뷰, 관찰 등을 통해 실제 사용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점들을 발굴하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디자인 씽킹에 접목하는 ‘DCT(design-computational thinking)’ 프로세스와 이를 교육 과정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 대학교 관련 전공 교수님들과 디자인씽킹 연구센터를 기반으로 협력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넬슨 만델라 과학기술대학의 석박사 학생들과 우리 대학교 학생들이 팀을 이뤄 탄자니아의 물 부족, 위생 문제를 주제로 디자인씽킹 사회혁신 문제 해결 워크숍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Q.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급속도로 앞당겨졌고, 현실 세계의 확장인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커진 것 같습니다. 실제와 가상의 세계가 따로, 또 같이 맞물려 움직이고 있는 세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이 될까요?


최근 몇 년간 기술적 진보 외에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그런 변화가 더 크게 와닿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실제와 가상의 세계가 점점 더 융합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핵심은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 진보로 인해 더 이상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온라인이나 디지털 세계에 더 적합한 새로운 소통 방식이 등장하고 있는 점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점은 이러한 소통 방식의 변화와 발전들이 우리가 공감하는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여전히 어떤 차이점들이 존재하는지, 저는 이 지점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한 학기 동안 만난 학생들과 오프라인 면담이나 미팅을 통해 한두 번 만난 학생들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반대로 현실 관계에서는 대화가 어려운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만난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는 상황도 존재합니다. 실제와 가상 세계에서 분명 존재의 차이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감이 형성되고 이와 관련된 조건들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다양한 기술 진보에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예술과 기술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시대에 ‘예술가로서의 디자이너(아트 워크의 구현 능력)’와 ‘기획자로서의 디자이너(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 능력)’라는 구분이 없어지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디자인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역량을 키우면 좋을까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으신지요.


최근 몇 년간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디자인 전공자와 비전공자들로 나뉘면서 학생들의 진로 설정에 있어 예술가로서의 디자이너와 기획자로서의 디자이너를 구분하는 성향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이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문제 탐색부터 해결책의 가시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기획과 디자인(구현)을 나눠서 생각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물론 학생들 각자의 특성이나 전문성에 따라 기획이나 사용자 조사, 또는 실무나 구현에 더 강점을 둘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제가 조언하고 싶은 역량은 조금 다른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자세입니다. 주변 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문제점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관찰하는 자세가 새로운 문제들을 탐색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사용자 조사 시에도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고요. 이는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에도 해당되고, 내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확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적 이해입니다. 예술을 의미하는 ‘art’와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는 둘 다 ‘techne’라는 동일한 그리스어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Techne는 ‘인간이 규칙과 일정한 기술에 따라 무엇을 만들어 내는 활동 일체’를 가리키는 말로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는 회화, 조각, 건축 등의 활동 외에도 기술 또는 과학(science)의 개념까지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예술과 기술 두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할 필요는 없지만, 두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 때 신기술을 접목한 디자인, 또는 사용자 경험과 심미성이 고려된 서비스와 제품의 기술 혁신 등이 가능해집니다. 


이미 잘 알려진 사례지만 암 투병 후 복귀한 해 스티브 잡스가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죠. “기술만으로 애플의 DNA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technology married with arts), 이것이 우리의 심장이 노래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는 ‘arts’를 예술에서 더 나아가 인문학(liberal arts)으로 확장시켜 이해했고, 과학, 공학, 예술, 인문학의 경계를 두지 않았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혁신은 보다 많은 지식과 학문을 습득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제약과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유로워졌을 때 다양한 경험과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술이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사고의 일부가 될 때 혁신은 이뤄진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 ‘뉴미디어, 뉴노멀: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상상’ 강좌의 구성

1강
저자의 죽음, 매개자의 탄생
심보선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2강작가-향유자 플랫폼의 부상
심보선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3강경계를 가로지르는 대중문화
윤태진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4강 디지털 시대, 대중예술의 새로운 양상들
윤태진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5강AI 시대의 미디어
김동환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6강소통하고 공감하는 로봇
김동환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7강Design for emotion: 사용자 경험의 진화
전수진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8강오래된 미래: 예술(Ars)과 기술(Ars)의 만남
이현진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9강뉴노멀 시대의 융합예술
이현진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10강디지털 공간의 시학 
서현석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11강불가능한 공동체
서현석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12강Culture Shifts Again
Todd Holoubek /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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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learnus.org/local/ubonline/view.php?id=235258&grou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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