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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불안에서 우울로… ‘코로나 블루’가 보내는 메시지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09-25

불안에서 우울로… ‘코로나 블루’가 보내는 메시지

정신건강의학과 정영철 교수가 전하는 불안과 우울의 대처법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은 우리의 일상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국내에는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약 9개월이 경과됐다. 이전에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해 오면서 경제 활동은 위축되고 생계는 힘들어졌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8월 19일 2단계로 격상됐고, 8월 30일 2.5단계로 강화됐다. 한 해의 삼사분기가 시작됐지만 학교와 직장은 비대면 온라인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여전히 정신이 없다. 중요한 업무회의까지 랜선으로 진행되고 있고 친구를 만나기도 부담스럽다.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주요 행사들 또한 모두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약소하게 치르고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가운데, 불안은 우울로 바뀌어 가며 신경이 조금만 건드려져도 날카롭게 폭발하는 사람들의 뉴스가 연이어 흘러나온다. 사회 전체가 정신적 고통으로 어려운 지금 우리 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영철 교수에게 코로나 시대의 불안과 우울의 대처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겪는 우울의 메시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와 연관된 스트레스로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데 우울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죠.” 


정 교수는 코로나 블루에 대해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블루라는 ‘정상적 반응’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분석적인 사고에 의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사태를 파악할 때 우리는 육감(Six Sense)이라는 말을 씁니다. 감정과 직관은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이성과 논리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죠. 만약 우울을 극복해야 할 병적인 증상으로 보지 않고,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라고 본다면 우울이라는 감정에는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불안과 우울의 이해


그렇다면 코로나 장기화로 겪는 불안과 우울에서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접하고 이해해야 할까? 정 교수는 설명한다.


“불안은 우리가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험하는 감정입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계속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라는 신호가 바로 불안이죠. 그에 반해 우울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결과를 수용해야 할 때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울을 경험하죠.” 


정 교수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가 아니라 ‘세 번 정도 찍었는데 안 넘어갔다면 이제 단념하라.’는 신호를 우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코로나19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무리하게 낭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우울이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이 보내는 우울이라는 신호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에너지를 비축하면서 천천히 기다리라는 메시지일 수 있어요.”



천천히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대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이처럼 전염력이 강한 감염병의 위기와 현실은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당장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언제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이 확진 판명을 받게 될지 알 수 없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렵다. 이런 상황에서 무기력감이 계속되고 매사에 흥미와 의욕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이러스와 함께 번져가는 코로나 블루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정 교수는 조언한다.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평소에 안 하던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아니면 그냥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한 대처일 수도 있어요. 무기력감, 흥미와 의욕의 상실, 우울한 기분으로 대표되는 코로나 블루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지키라는 의미로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다. 빨리 종식될 것이란 기대가 옅어지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좌절과 분노가 올라와 대중교통 내 마스크 관련 폭행 시비와 방역수칙을 어기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처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병적인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상적인 반응으로 우울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병적인 우울로 진행되지 않게 하려면...


정 교수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 중에 약 20%는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수준의 병적인 우울을 보이는 한편, 정상적인 반응으로서의 우울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병적인 우울과 정상적 우울의 차이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병적인 우울은 첫째, 우울과 동반된 신경식물 증상(Neurovegetative Symptom)이 심합니다. 하루에 잠을 3~4시간밖에 못 자는 불면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입맛이 없어 체중이 갑자기 5~6kg 이상 빠졌다면 이것은 더 이상 정상적인 반응이 아닙니다. 둘째, 인지적 왜곡(Cognitive Distortion)이 일어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너무 개인적으로 해석하거나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개월째 집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돌보며 좌절감을 겪은 어머니가 ‘나는 나쁜 엄마다.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라고 자책한다든지, 수년간 준비해 창업한 회사를 폐업한 청년이 ‘역시 나는 뭘 해도 안 된다. 살아갈 의미가 없다.’라고 비관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인지적 왜곡이죠.” 


즉,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한 괴로움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 정상적인 우울은 병적인 수준으로 진행되기 쉽다는 것이다. 나의 잘못으로 발생한 결과가 아닌데도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릴 때 병적인 불안과 분노로 연결된다. 이런 분노와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의 감정은 불안에서 우울로 넘어가고 분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보다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한 변화를 수용하는 상태가 우울로 넘어오는 과정이며, 여기에는 좀 더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요인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우울은 비관적인 생각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대학교수의 94%가 자신이 평균적인 교수들보다 뛰어나다고 믿죠. 또한 흡연자의 대부분이 자신은 폐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우리의 뇌는 이처럼 낙관적인 편향(Optimism Bias)을 디폴트(Default)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울한 사람이 도박을 하면, 일반인에 비해 자신의 승률을 더 객관적으로 예측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낙관적인 편향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죠. 어쩌면 낙관적인 편향을 보정하기 위해 소심한 우울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 교수가 강조한 천천히 기다리며 코로나19를 견디는 삶은, 모두가 힘든 시간임을 인식하고 평상시와 다른 낯설고 불안한 상황이 주는 우울감 또한 정상적인 것임을 인지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욕심내지 않는 삶, 기본에 충실하되 느리게 사는 삶을 받아들이고 감내해 가는 것이 코로나19 극복의 지혜가 아닐까. 화내고 자책하기보다 이해하고, 때로는 분노의 감정이 생기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해 보인다.




정영철 교수 프로필


소속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의학행동과학연구소


학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경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

미국 Stanford University,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부학장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 진흥1부처장


연구·관심분야

Computational Psychiatry, Functional MRI, Digital Therapeutics


 

vol.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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