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졸업식사

오늘 영예로운 학위를 받은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자녀의 학업을 정성과 희생으로 뒷받침해 주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또 졸업생들의 앞길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신 존경하는 허동수 이사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제자들을 위한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노고에도 머리 숙여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항상 졸업생들에게 여러분 손에 쥐어질 졸업장은 단순히 ‘증’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시대 (hyper-uncertainty)로 진입하라는 여행 허가서라고 말합니다. 여러분들은 한 번쯤 자신이 언제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보았는지요. 평균 수명이 110세를 넘어갈 슈퍼 센테니얼 시대의 여러분은 2100년대의 세상까지 여행할 것입니다. 결코 짧지 않을 여러분의 삶이 어떤 세상을 경험하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게 될 시점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때 2045년으로 예측됐던 그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가운데, 미래사회의 경쟁력이 더 이상 지적 능력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미래사회에서는 언제든 인공지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기존 지식체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생각이나 사고 능력이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려운 질문에 잘 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인재는 다른 이의 의견이나 사회상황을 마구잡이로 비판하고 폄하하는 냉소적 지식인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냉소(cynicism)란 지적 우월감에서 나오는 자기만족에 불과합니다. 비판에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책임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됩니다. 무엇보다 서로 다름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진실들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지적인 너그러움(intellectual generosity)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이 연세 동산에서 이룬 것은 단순히 지적인 성장뿐이 아닙니다. 연세는 여러분이 세상에 희망을 던져주고, 세상을 바꾸는 변화의 주역(change maker)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즐거운 일이 있어도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연세 캠퍼스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연세만의 기운, 오래전 연세의 선각자들이 우리 가슴에 새겨준 섬김과 봉사의 열린 마음이 배어있습니다. 이곳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하는 시가 나왔으며, 이곳에서 한글을 지켰으며, 이곳에서 민주화의 횃불이 타올랐습니다. 우리 연세인은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쳤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나눔, 봉사, 공감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여러분은 이성의 영역에서뿐 아니라 감성의 영역에서도 경계를 넘는 연결을 통해 이 사회에 희망을 던져주기 바랍니다. 글로벌 커뮤니티의 리더로서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기를 힘쓰고, 국가간, 세대간, 계층간 갈등의 매듭을 푸는 주인공이 되기 바랍니다.

우리 연세인 여러분!

여러분과 연세와의 인연은 오늘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제 새롭게 시작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갈 여러분에게 도전 정신, 창의와 융합, 그리고 나눔이라는 연세 정신은 여러분 삶의 푯대가 되어 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삶이 고난과 실패, 절망과 슬픔으로 힘겨울 때 연세 선각자들의 도전 정신을 기억해주십시오. 

우리 하나하나가 곧 연세입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연세의 얼을 이어갈 주체입니다.

졸업생 여러분과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2월
총장 김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