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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윤동주 탄생 100주년] 돌아보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7-12-28

돌아보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

 

윤동주기념사업회 기념사업 이모저모

 

 

“윤동주 시인은 우리 역사의 가장 어두운 시대를 양심의 빛으로 비추며 살다간 청년으로, 민족의 순결한 정신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양심을 상징하는 시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인의 모교인 연세대학교는 ‘모든 죽어가는 것’에게 바쳐진 그의 삶과 시에 담긴 정신이 연세와 민족에만 머물지 않고 아시아와 세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음을 기억하고자 한다.”

 

연세대학교 윤동주 기념사업회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를 위와 같이 밝혔다. 윤동주라는 이름과 그의 작품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인문학적 자산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윤동주 기념사업회에서 개최한 1년간의 사업을 정리해본다.

 

 

9인 9색 ‘윤동주와 나’ 강연시리즈

 

 

먼저 ‘윤동주와 나’ 강연시리즈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 문화예술분야의 동문들이 윤동주의 삶과 시라는 맥락 속에서 자신의 삶과 문학, 예술에 대한 생각을 청중들과 나눴다. 윤동주의 시에는 ‘상승’의 동력이 있다고 해석한 시인 정현종의 4월 강의를 시작으로, 소설가 김별아(송도캠퍼스 5월), 영화감독 임찬상 (원주캠퍼스 5월), 시인 나희덕(의료원 7월), 연극배우 김소희(신촌캠퍼스 9월), 소설가 성석제(의료원 10월), 소설가 한강(신촌캠퍼스 10월), 연출가 성기웅(송도캠퍼스 11월), 그리고 11월 원주캠퍼스에서 ‘동주의 우물, 그리고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소설가가 되는 것과 사람이 되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한 소설가 김인숙의 강연에 이르기까지, 총 9회에 걸쳐 총 아홉 명의 동문 작가,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9인 9색이라 해도 좋을 만큼 아홉 명의 강연자들은 각각의 방식과 무게 있는 언어로 자신들과 윤동주의 시 세계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소년이 온다』에서 소년을 그릴 때 윤동주를 떠올렸다는 소설가 한강의 이야기는 연세의 예술가들에게 윤동주의 정신이 깊은 영감의 원천임을 보여주었다.

 

음악의 언어로 재탄생한 윤동주의 시

 

 

윤동주의 시는 음악의 언어로도 재탄생했다. 윤동주 100주년 기념 음악회 ‘새로운 길’(5월 18일, 금호아트홀 연세)은 민족과 장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음악 언어를 탄생시킨 시도였다. 연세신포니에타(지휘: 이택주 교수)의 연주와 김상진 교수의 비올라 협연으로 연주된 임지선 교수의 비올라 협주곡, “A New Path: In Memory of Yoon Dong-Ju”와 교토 시립예대 나카무라 노리코 교수의 곡, “海·煥·草·木·天·奏·鳴”은 금호아트홀 연세의 390석을 꽉 채운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오늘날 청년들과의 치열한 만남

 

 

 

 

’38학번인 윤동주가 오늘의 청년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한 다양한 학생들의 활동을 보면 찾아진다. 영어영문학과에서 2017년 1학기 주니어세미나 ‘윤동주와 영문학’을 수강한 학생들은 시인 탄생 100주년을 시의 향기 찾기, 시 번역, 비디오 제작, 작곡 등의 활동으로 기념하면서, ‘동주’를 그리워하는 친구와 후배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윤동주기념행사 SNS알리미를 자청한 이노영 학생(영문학과)은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사용하지 않는 홍보를 맡아 기념행사의 취지와 내용을 1년 내내 홍보했다.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휴면기에 있던 <동주문학회>가 부활한 것도 청년들이 시인과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청연’이라는 젊은 예술가 모임은 이를 시각디자인 작품으로 예시했다. 9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학술정보원 조용선 갤러리에서 열렸던 <38학번 윤동주展>(노하윤, UIC 테크노디자인학부 외)에서 청년들은 2010년대를 사는 자신들의 고민과 시인의 고민을 병치하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윤동주와 자신들의 관계를 다양한 그림으로 풀었다.

 

 

청년 윤동주의 고뇌가 오늘날 자신들의 삶을 마주하는 우리 시대의 청년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은 11월 23일 일본 도쿄의 릿쿄대학 이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와 윤동주기념사업회가 공동개최한 ‘새로운 과거로의 여행: 윤동주와의 만남’ 행사에서도 확인되었다. 이 행사의 제2부는 윤동주기념사업회의 지원으로 준비된 <미안합니다, 동주>라는 시극의 공연이었다. 연세대학교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학생 3명과 릿교대학생 4명, 연세극예술연구회 학생과 동문배우 4명, 이윤철 감독이 3주 간의 집중연습 끝에 무대에 올린 시극이 공연되는 동안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20세기 역사의 폭력 앞에 놓였던 한 젊은이의 삶을 함께 상상해본 뜻깊은 행사였다.

 

 

 

 

 

사실 윤동주를 생각하는 일에 민족이나 국경은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10월 26일 일본 교토의 우지 시에서 열린 윤동주 시비 제막식이 그 단적인 예였다. 우지 강은 시인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사진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우지 시민들의 발의와 모금으로 완성된 이 시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가져온 화강석에 ‘새로운 길’이 한국어와 일본어 번역으로 각각 새겨져 있었다. 윤동주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백영서 문과대학장)과 운영간사(문과대 기획부학장)가 이 ‘기억과 화해의 비 제막식’에 초청 받아 참석하게 된 것은 연세대학교가 시인의 모교라는 것을 잊지 않는, 윤동주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배려 덕이기도 했다.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우의를 입고 제막식에 참석한 많은 일본인들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윤동주라는 이름이 우리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인간의 ‘존엄’과 ‘양심’을 표상하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키워드로 다가선 국제학술대회

 

 

 

 

 

‘청년’, ‘부끄러움’, ‘성찰’과 같은 키워드로 윤동주를 조명해보는 다학제적 국제학술대회, ‘새로운 길’(12월 8~9일, 문과대학 100주년기념홀)은 윤동주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민족시인과 서정시인이라는 그간의 윤동주에 대한 이분법적 평가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였다. 첫 날의 기조강연자인 나카지마 타카히로 교수는 윤동주의 시는 어둠의 시대를 도려내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사상의 시’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날의 기조강연자인 백영서 문과대학장은 윤동주의 시와 삶이 ‘사회적 영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회적 영성의 추구가 인문학의 새로운 지향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이미 많은 훌륭한 연구가 축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을 기억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의 언어, 매체의 언어들이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주었고, 윤동주 시인이 아시아와 세계, 그리고 미래의 인문학적 자산으로 유의미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끝나지 않을 시인 윤동주의 울림

 

교목실과 공동개최했던 윤동주 시인 탄생기념 연세가족예배(12월 14일)에서는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목사의 설교로 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이제는 ‘별이 되어 빛나는’ 시인의 시와 삶, 신앙에 대한 묵상으로 인도되었다. 예배 후에는 기념사업회에서 마련한 식사와 기념 떡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마지막으로 윤동주 기념사업회는 도서출판 창작과비평사와 공동 기획하여 윤동주·윤일주 형제의 동시집 『민들레 피리』를 출판했다. 빼어난 동시를 썼던 윤동주 시인과, 건축학자이면서 시인으로 자신의 시 세계와 언어를 구축한 윤일주 시인 형제의 동시집은 시인을 기억하는 또 다른 장을 제공할 것이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2017년 한 해의 행사는 마무리되었으나 윤동주라는 이름은 흔들릴 수 없는 우리의 양심과 존엄을 끊임없이 일깨워줄 것이다.

 

(기고 : 신경숙 문과대학 기획부학장)

 

vol.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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